[국회 대정부질문 파행]李총리 왜 이러나

  • 입력 2004년 10월 28일 2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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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국무총리가 여권의 ‘선봉’에 서서 야당과 비판 언론을 공격하는 것을 놓고 갖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총리가 2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폄훼 발언을 사과할 것을 한나라당 의원들에게서 요구받고도 오히려 강한 어조로 반격한 데 대해 측근들은 “평소 생각을 밝힌 것이다”며 ‘개인적 소신’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한나라당을 ‘차떼기당’ ‘탄핵당’으로 몰아세우며 오히려 역공을 펴고 나선 데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수도 이전 위헌 결정으로 여권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야당의 공세에 밀릴 경우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4대 법안’ 등 다른 주요 정책마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강공’을 택했다는 것.

나아가 현 정국을 한나라당 대 열린우리당의 양자구도로 바꿔 경제 불안, 국가보안법 폐지를 둘러싼 논란을 겪으며 급속히 이탈하고 있는 지지 세력을 다시 결집시키겠다는 목적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의 잇따른 강성 발언을 차기 대권 구도와 연계시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 총리가 동아, 조선일보에 대해 극언(極言)을 퍼붓고 한나라당을 공격하자 열린우리당 지지 네티즌들 사이에 “이 총리야말로 차기 대통령감”이라는 ‘격려’가 쏟아지기도 했다.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총리가 야당 및 일부 언론과 대립각을 세워 대통령이 되려는 용꿈을 꾸고 있고 그에게서 뜨거운 욕망이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총리측은 “대권 꿈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이 총리는 여러 차례 대권에 뜻이 없다고 공언해 왔다”고 반박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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