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29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거친 발언’으로 촉발된 국회 파행이 한나라당의 무책임한 색깔공세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한나라당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한나라당은 여권이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4대 법안’ 입법 추진을 하는 것에 반발하며 현정권은 ‘반미 친북 정권’이라고 공세를 펴왔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긴급의원총회와 원내대책회의를 잇달아 열고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색깔공세 중단 선언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의 색깔공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는 국회 본회의 출석 거부 등 한나라당의 강경대응에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면 과제인 4대 법안 처리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일종의 ‘기 싸움’ 성격도 짙어 보인다.
여당의 대응 기조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를 기점으로 강경책으로 급선회했다. 의총 직전까지만 해도 이부영(李富榮) 당 의장을 비롯해 당내 중도 보수 성향의 의원들 중심으로 ‘여당 자성론’이 만만치 않았다.
이 의장은 의총에 앞서 열린 ‘4대 개혁법안 결의대회’에서 “집권여당으로서 반성할 점은 반성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무엇인가 대단히 부족하고 서툴렀다고 자인할 수밖에 없다”고 자성론을 피력했다.
이 의장은 의총 인사말에서도 “이 총리는 국회 발언에 유감을 표명하고, 한나라당은 색깔공세를 중단하기로 약속하는 선에서 이번 문제를 풀자”고 유연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나라당의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의총 분위기는 격앙됐다. 천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우리의 존재를 부인하고 정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쿠데타를 통해 수구기득권을 회복하려는 기도를 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이번 사태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지장을 받는 제2의 탄핵사태다”는 등 강경대응론이 쏟아졌다.
긴급조치 시대에 대학을 다녔던 의원들로 구성된 ‘아침이슬’ 소속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갖고 “박정희 대통령이 뒤에 숨어있는 박근혜식 색깔독재와 끝까지 싸우겠다”며 박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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