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고 불린다. 헌법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동의를 받아 총리를 임명토록 규정하는 한편 총리의 핵심기능을 ‘대통령 보좌’라고 명시해 그 한계도 밝히고 있다.
그만큼 처신이 어려운 자리여서 그 역할과 행태에 따라 △실세 총리 △얼굴 마담형 총리 △행정(실무) 총리로 흔히 분류돼 왔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3공화국 때의 김종필(金鍾泌), 5공 때의 노신영(盧信永), 6공 때의 노재봉(盧在鳳)씨 등이 ‘실세 총리’로 불렸지만 진정한 실세 총리는 김대중(金大中) 정부 때의 김종필 총리뿐이다”고 말했다.
정권이 위기에 몰렸을 때 분위기 쇄신을 위해 영입했던 대학총장 또는 사회 저명 원로 출신 총리들은 거의 예외 없이 ‘얼굴 마담형’에 속한다.
행정 총리로는 4공화국 때 경제개발을 주도한 남덕우(南悳祐), YS 정부와 참여정부 때 두 차례 총리를 지낸 고건(高建)씨가 대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 전문가는 “3공 때 정일권(丁一權) 총리는 한일수교 회담을 앞두고 국민적 반발을 사고 있던 상황에서 총리에 취임하면서 스스로를 ‘방탄 총리’라고 부른 적이 있다”며 “이 총리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위해 총대를 멘 ‘총대 총리’에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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