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확대원내대책회의와 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제 이해찬 총리에게 사과를 요구할 단계는 지났으며 우리를 지지했던 국민과 국회를 모멸한 이 총리에 대한 파면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총리의 발언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으며 의회민주주의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일이 자꾸 되풀이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며 강경투쟁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 총리는 5선 의원으로 발언의 파장을 다 알면서 작심하고 한 것”이라면서 “우리에게 오히려 ‘좌파 공세’를 자제하라고 하는데, 한국 경제전문가의 70%, 외국의 언론과 전문가들도 (현 정권을) 좌파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강경 방침을 정한 것은 열린우리당이 추진 중인 4대 법안을 놓고 여야의 격돌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번에 밀리면 정국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정병국(鄭柄國) 의원은 “여당 내에서 4대 법안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이 총리가 총대를 메고 야당을 자극해 여당의 결집력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번만큼은 강하게 맞붙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 발언과 4대 법안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한 대국민 홍보전과 함께 장외 투쟁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심재철(沈在哲) 전략기획위원장은 “현 상황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면서 투쟁의 명분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병호(金秉浩) 의원 등은 의원이 장관 또는 총리 등을 겸직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이날 국회에 제출했다.
한편 일부 강경파 중진들은 총리 해임건의안의 즉각 제출을 요구하는 등 당 지도부에 보다 강경한 대처를 주문했다.
보수 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자유포럼’ 회장인 이방호(李方鎬) 의원은 “총리의 발언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만큼 당장 총리 해임건의안을 내고 국회가 장기간 파행되더라도 강경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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