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逆색깔론’ 왜 꺼내나]이념논쟁으로 ‘막말’ 무마 전략

  • 입력 2004년 10월 31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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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오른쪽)은 31일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가 정부 여당을 좌파, 반미라고 얘기하는 이유는 독재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김경제기자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오른쪽)은 31일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가 정부 여당을 좌파, 반미라고 얘기하는 이유는 독재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김경제기자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막말’ 파문 이후 한나라당이 총리 파면을 요구하며 강경대응에 나서자 열린우리당이 ‘역(逆)색깔론’을 제기하며 맞서 여야 대치가 이념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이 총리의 거친 발언으로 촉발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역색깔론’을 제기하고 나선 데 대해서는 국면 전환용 카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막말’ 파문에서 ‘색깔론’ 공방으로=파문 이후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은 색깔공세를 중단하라”며 오히려 대야 압박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386의원들과 대변인, 당의장까지 잇달아 나서 ‘노무현(盧武鉉) 정부는 좌파정권’이라는 한나라당의 색깔론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와 집권여당을 반미 친북 정권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정부 여당에 좌파가 있으면 고발하라”며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앞서 민병두(閔丙두) 우원식(禹元植) 노웅래(盧雄來) 의원 등 ‘긴급 조치’ 세대 의원 모임인 ‘아침이슬’도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의 색깔공세가 국정불안과 국회파행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종석(任鍾晳) 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에서 “‘정국 불안의 본질적 원인은 한나라당의 무분별한 색깔공세”라고 비판했다.

여권 인사들의 이 같은 주장은 이 총리가 지난달 29일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과의 오찬자리에서 “한나라당이 먼저 정부에 대한 근거 없는 좌파공세를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한 데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현 정권이 실제로 좌파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좌파 정권이라고 부르는 것 아니냐”며 “현 정권이 한나라당을 끊임없는 보수라고 공격하는 것 자체가 바로 색깔론”이라고 반박했다.

▽여당의 ‘역색깔론’ 공세 의도는=열린우리당이 이 총리 발언 이후 이처럼 ‘역색깔론’ 공세에 나선 직접적 계기는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의원이 지난달 28일 대정부 질의에서 ‘노무현 정부는 사회주의 좌파정권이며 여권의 386 세력은 주사파’라고 규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당초 이번 파문은 이 총리가 베를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과 동아 조선일보를 비난한 거친 발언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안 의원이 이 총리의 베를린 발언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 이 총리가 이를 거부한 뒤 거듭 거친 발언을 쏟아내자 이를 문제 삼아 한나라당이 대정부질의를 보이콧한 것. 열린우리당은 국회파행이 빚어지자 안 의원의 대정부 질의 중 ‘좌파정권’ 대목을 문제 삼아 맞불을 놓았다.

이처럼 총리의 사과 문제를 놓고 불거진 여야 대치 국면 속에서 열린우리당이 ‘역색깔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논리적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결국 열린우리당의 역공은 민생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넣은 책임을 혼자 질 수 없다는 계산에서 나온 카드로 보인다.

▽여권 국정운용기조 언제 바뀔까=여야의 극한 대치상태는 정기국회 내내 이어질 공산이 높다. 당장 열린우리당은 과반수 의석을 갖고 있는 이번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4대 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태세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지금 우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 있는 형국”이라며 “지금 호랑이 등에서 내리면 죽도 밥도 안 된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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