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대 强’ 정국 기로에 선 朴대표…더 강하게? 이쯤에서?

  • 입력 2004년 10월 31일 18시 36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나 “이해찬 총리의 발언 파문을 그냥 넘기면 앞으로 장관들도 상임위에서 총리처럼 ‘마음대로 하라’고 버티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의도적인 발언인 만큼 이 총리가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나 “이해찬 총리의 발언 파문을 그냥 넘기면 앞으로 장관들도 상임위에서 총리처럼 ‘마음대로 하라’고 버티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의도적인 발언인 만큼 이 총리가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기회냐, 위기냐.’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막말’ 파문으로 촉발된 파행 정국에서 국회 의사일정 거부 등 강공책을 승부수로 던졌기 때문이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박 대표는 이번 사태를 ‘국민과 여론을 무시하는 정치의 전형’이라고 규정해 묵과하지 않을 태세다.

박 대표는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나 “이 총리의 발언은 의회민주주의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이를 그냥 넘기면 앞으로 장관들도 상임위에서 총리처럼 ‘마음대로 하라’고 버티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대표는 공이 여권에 넘어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대표는 “5선(選)이나 되는 분이 파장을 모르고 얘기했겠느냐”며 “의도적인 발언인 만큼 이 총리가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1일 의원총회를 열어 대여 공세 수위를 한층 높여나가기로 했다. 심재철(沈在哲)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총리의 잘못은 이번 기회에 분명히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번 국면을 자신의 강한 리더십을 확고히 하는 계기로 삼을 태세다. 여권과 맞서는 현안에 단호하지 못하다는 당 안팎의 비난을 불식시키는 한편 당 장악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상치 않은 비주류 진영=당내 비주류 진영은 박 대표와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 체제에 대한 공세에 불을 지피고 있다. 현 지도부의 안이한 정국 대응이 빌미가 됐다.

비주류 중진인 김문수(金文洙) 홍준표(洪準杓) 의원 등은 “국민이 싫어하는 정쟁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 대여투쟁까지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도부를 질타했다. 영남권의 한 재선 의원도 “최근 철책선 절단 사건 등 호재가 수두룩했지만 당은 침묵했다”고 비판했다.

비주류 진영의 거친 반응엔 헌법재판소의 수도 이전 위헌 결정 과정에서 현 지도부가 보여준 미온적 태도에 대한 불만도 깔려 있다.

당 안팎에서 ‘대체정당’ 창당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것도 이와 맥이 닿아 있다. 이런 불만이 확산될 경우 ‘강한 야당 건설’의 명분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표가 최근 들어 의원들과의 그룹별 접촉을 강화한 것도 이 같은 기류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대여 강공 드라이브가 당분간 계속되리라는 전망도 여기서 나오고 있다.

일부 비주류 의원들은 대체정당론 자체가 당장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박 대표에게 지도부의 쇄신을 압박할 수 있는 유효한 카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생(相生)의 정치’ 끝나나=대여 강공은 박 대표에게 또 다른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양비(兩非)론’으로 굳어질 경우 박 대표는 정쟁의 늪에 빠져들 수밖에 없고, 자칫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상생의 정치’가 실종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래서 박 대표는 “그동안 이 총리에게 기회를 주며 기다렸는데…”라며 의사일정 거부의 불가피성을 거듭 강조하며 명분을 쌓고 있다. 당 지도부가 겉으로는 ‘장외투쟁 불사’를 외치지만 본격적인 장외투쟁 돌입에는 조심스러워 하는 것도 정국 파행의 역풍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정국 경색이 계속될 경우 다수의 중간세력에 어필하는 박 대표의 ‘상품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며 “거대 여당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박 대표의 모습을 확산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