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4일 여권에서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상회담설이 객관적 상황과는 별개로 여권 내부의 정치적 ‘희망사항’을 반영한 얘기라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이 이날 외국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거론한 ‘남북정상회담 추진’ 발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이 의장의 핵심측근도 “어떤 구체적 정보를 가지고 말한 게 아니라 ‘의지’를 표명한 걸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특히 내년이 광복 60주년, 남북정상회담 5주년이 되는 상징적인 해라는 점도 정상회담 개최설의 근거로 빠지지 않는다.
이봉조(李鳳朝) 통일부 차관이 지난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론회에서 “내년은 광복 60주년이자 6·15정상회담이 치러진 지 5주년 되는 해인 만큼 내년 3월이면 상징성에 맞는 일을 남북간에 이루어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시중의 각종 정보지에는 그럴싸한 정상회담 시나리오까지 유포되고 있다.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내에 극비리에 특별팀이 구성됐고, 내년 1월 개성이나 서울에서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 중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한 핵심당국자는 “나도 모르는 얘기가 흘러 다니고 있다”고 일축했다.
한반도 문제의 중대 변수였던 미국 대선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정리된 것도 정상회담설에 힘이 실리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부시’라는 상대를 피할 수 없게 된 만큼 북한도 지금까지의 관망 자세에서 벗어나 대미, 대한(對韓) 전략을 가시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을 위해서는 미국 정부와의 사전 교감이 필요하다. 여기에다 북핵문제라는 국제 문제를, 남북만의 대화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 때문에 정부 내에서는 신중론이 대세다.
다만 정부의 한 고위인사는 “남북정상회담은 북핵 문제에 돌파구가 열렸을 때와 정반대로 6자회담의 틀이 완전히 깨져 더 이상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두 가지 경우에 상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이 혹시 발생할지 모를 상황 급변에 대응하기 위한 시나리오 차원에서도 검토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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