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가 먼저 사과해야=지난달 28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한나라당 폄훼 발언 이후 빚어진 국회 파행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선 이 총리가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았다.
이 총리의 사과 후 한나라당이 등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48.6%로 한나라당이 무조건 국회에 복귀해야 한다는 응답(20.6%)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은 국회 파행에 이 총리의 책임이 크다고 보는 여론이 그만큼 더 많음을 보여준다.
스스로를 진보 성향이나 열린우리당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들 가운데서도 40% 이상이 ‘이 총리의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국민이 이번 사태의 1차적 책임을 이 총리에게 묻고 있으며, 결자해지(結者解之)를 촉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행정수도 이전 해법이 없다=행정수도 이전의 해법은 특별히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만한 해법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가장 많은 응답자(29%)가 ‘기업도시 유치 및 투자’를 선택했으나 행정부처 이전과 교육도시 건설 등의 방안도 응답자의 관심을 끌었다.
행정부처 이전의 경우 일부 행정부처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 국회를 제외한 모든 행정부처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나뉘었지만 부처 이전 자체에 대해서는 34.2%가 찬성했다.
충청권 응답자들은 일부 행정부처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이전에 27.8%가 찬성했으며 청와대 국회를 제외한 나머지 부처가 모두 포함되는 대규모 이전에는 23.1%가 찬성했다. 또 기업도시 유치투자엔 19.6%, 어떤 추진도 반대한다는 데는 14.0%, 교육도시 건설엔 8.5%가 각각 찬성했다.
수도 이전 예정지였던 충청권의 여론조차 아직 뚜렷하게 하나로 모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어떤 새로운 대안을 내놓더라도 국민적 합의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이념성향 양극화=이번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정치권의 이념 성향 평가도 눈길을 끈다.
응답자들은 여권의 이념성향에 대해 49.0%가 ‘진보적’이라고 답했으며 ‘중도적’이라는 평가는 28.1%, ‘보수적’은 17.3%, 무응답은 5.6%였다. 현 정부의 진보적 성향은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진보성 30.9%보다 큰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현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해선 ‘매우 지지한다’가 4.9%, ‘지지하는 편이다’가 36.7%인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37.7%, ‘전혀 지지하지 않는다’는 16.0%, ‘모름 무응답’은 4.6%였다. 전체적으로 응답자의 53.7%가 개혁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정부가 정책의 방향 및 정책추진의 방법론 등과 관련해 되새겨볼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편 한나라당을 포함한 보수층이 현 정부를 ‘좌파 정부’라고 공격하는 것에 대해선 응답자의 40.3%는 ‘(정부가) 좌우 어느 쪽도 아니다’, 31.7%는 ‘색깔론일 뿐이다’고 답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밖에 한나라당에 대한 이념 평가는 ‘보수적’이라는 대답이 58.2%로 가장 많았고, ‘중도’는 22.5%, ‘진보적’은 13.7%, 무응답은 5.6%로 각각 나와 한나라당이 보수정당이라는 이미지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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