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김일성 부자 비판 전단' 유포

  • 입력 2004년 11월 18일 15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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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김정일의 10대 거짓말'이란 제목의 북한 체제 비판 전단이 평양 남포 신의주 청진 함흥 등 50여 곳에 살포됐다고 산케이신문이 18일 서울 발로 보도했다.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10월 10일자로 작성된 이 전단은 도시와 국경지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으며 북한 당국은 주민 사상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누런 갱지에 볼펜으로 쓰여진 이 전단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집안 내력과 주체사상의 허구성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단은 "김일성은 부농 출신으로 노동당 계급노선에서 보자면 적대계층이다. 만경대 생가는 수확기에 소작농을 고용했으며 김일성은 자전거를 타고 소학교를 다녔다"고 비판했다.

또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서는 "어릴 적 '유라'라는 소련 이름으로 불렸으며 해방 후 소련 배를 타고 귀국한 소련 연고자로서 당의 노선에서 보면 감시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주체사상에 관해서는 "'정치의 주체'로 인민이 주인이 되기는커녕 수령 절대주의 세습왕국을 만들었다"며 "김일성 부자는 온 나라를 수령의 유일사상으로 일색화하고 전체 인민을 수령의 사상적 노예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북한 당국은 최근 평양에서 전국 국가안전보위부 회의를 열고 주모자 검거에 나섰으며 평양에서는 주민등록증 재발행 등 사상 점검에 착수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이 전단은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 노동당 비서와 함께 한국으로 망명한 김덕홍(金德弘) 전 여광무역 사장이 제3국을 통해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北 방송매체, '위대한 영도자' 호칭 생략▼

북한 방송 매체들이 17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동정을 보도하며 이름 앞에 항상 붙여온 '우리 당과 인민의 위대한 영도자'라는 호칭을 생략했다고 일본의 북한 전문기관인 라디오프레스가 전했다.

라디오프레스에 따르면 김 국방위원장에 대한 이 호칭은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 후 줄곧 고정된 것으로 이달 2일 부대시찰 때에도 그대로 붙여졌다.

그러나 17일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은 김 국방위원장의 인민군 754부대 시찰 동정을 보도하며 이 수식구를 뺀 채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라고만 칭했다.

이와관련해 라디오프레스는 "북한내 김정일 초상화 철거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호칭 앞 수식어 삭제도 이와 연동돼 있을 수 있다"며 북한내 모종의 변화를 시사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北, 김정일 초상화 공공장소서 잇단 철거▼

북한 내 공공장소에서 최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초상화가 철거되고 있다고 러시아 관영 이타르타스통신이 16일 한 북한 주재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베이징발로 보도했다.

이 통신은 최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 초대받은 외국인들이 입구에서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초상화만 남고 김 위원장의 초상화가 사라진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초상화를 떼어낸 자리에 새로 칠을 한 듯한 누런 흔적과 못이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 밖에도 당연히 있어야 할 장소에서 초상화가 사라진 사례가 더 목격됐다며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북한 내부에서 김 위원장의 초상화를 철거하라는 비밀 지시가 내려진 것 같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의 외교소식통도 “평양 주재 외국인 사이에는 이미 공공장소에서의 김정일 위원장 초상화 철거 사실이 널리 알려졌으며 각국 외교관들이 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최근 수술을 받았다는 ‘건강이상설’과 ‘권력 내부갈등설’ 등이 확산되고 있으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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