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재계 “적대적 M&A어떻게 대응…”

  • 입력 2004년 11월 18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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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강력히 반대해 온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18일 사실상 여당 단독처리로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대기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은 대기업의 계열사 확장 수단으로 금융계열사가 활용되는 폐단을 막고 계열사간 출자를 통한 대주주의 지배력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과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재계는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집단(그룹)에 속한 금융계열사의 다른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한도가 축소돼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이 현실화될 것을 우려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또 재계가 투자의 주요 걸림돌로 보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큰 틀도 현행대로 유지돼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도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대기업 경영권 위협 현실화되나=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계열사의 다른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한도를 현재 30%(특수관계인 포함)에서 2006년 4월부터 3년간 단계적으로 축소해 2008년 4월에는 15%로 낮춘다는 것이다.

가령 삼성전자의 경우 4월 말 현재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가 8.9%,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李在鎔) 상무 등 특수관계인이 8.9% 등 모두 17.8%의 지분을 갖고 있으나 2008년 4월부터는 의결권 행사가 15%까지만 허용된다는 뜻이다. 이 경우 15% 한도를 넘는 2.8%만큼의 금융계열사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런 이유로 최근 금융계열사 의결권을 20%까지로 제한하는 내용의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개정안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투자 저해 논란 다시 점화=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틀도 대부분 유지된다. 이에 따라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속한 회사는 순(純)자산액의 25%를 넘겨 다른 국내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거나 소유할 수 없게 된다.

정부 여당은 “투자와 출자는 다르고 규제대상 기업집단의 출자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개정안에서 ‘지배구조 모범기업’ 등 출자총액제한제도 ‘졸업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

그러나 재계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분명히 투자를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반박한다. 현명관(玄明官)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요즘 기업의 투자방식은 진출하려는 분야의 기업을 M&A하거나 지분을 사들이는 ‘출자방식’으로 바뀌었는데도 정부가 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기업들 “국내 기업 역차별하는 법안”=전경련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공정거래법 개정 반대 의견을 표시했던 대기업들은 개정안이 정무위에서 통과하자 부정적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법안 연기나 규제 완화를 강력히 희망해 왔으나 기업측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아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외국 투자기업과 비교해 볼 때 국내 기업에는 불공정하고도 역차별적인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정부 여당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틈만 나면 강조해왔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기업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주요 쟁점
구분정부안전경련 수정안개정안(국회 정무위 법안소위 통과)
출자총액제한현행 규제 유지(예외 조항 및 졸업 기준 추가)상위 5대 그룹만 유지(나머지 12대 그룹 제외)정부안 유지
금융계열사의결권 제한현행 30%에서 1년 유예 후 2006년부터 매년 5%씩 2008년까지 15%로 축소2년 유예 후 2009년부터 20%로 축소정부안 유지
계좌추적권 올해 2월로 시한이 만료된 계좌추적권을 3년 시한으로 재도입-3년 시한으로 재도입하되 발동요건 강화와 형사 처벌 조항 포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전경련

박 용기자 parky@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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