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개방 정치의 일환이었지만 평소와는 달리 사생활과 개인적인 애로에 대해서도 입을 연 박 대표의 모습에선 인간적인 외로움이 깊게 배어나왔다.
박 대표는 1979년 청와대를 나온 뒤 강북 등지를 거쳐 1990년부터 이곳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그는 “이전에는 강아지를 키웠는데 언젠가 죽은 뒤로는 너무 마음이 아파 이제는 더 이상 키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많이 자야 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오히려 잠이 잘 안 온다. 전에는 단전호흡도 매일 했고 1주일에 한 번은 테니스도 쳤는데 최근에는 시간을 못 낸다”며 가벼운 한숨을 쉬기도 했다.
박 대표의 자택은 1970년대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거실에는 고 육영수(陸英修) 여사의 흑백사진과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그린 그림이 걸려 있었다.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Steinway & Sons) 피아노도 30년이 넘은 낡은 것이었다. 육 여사가 생전에 수놓은 자수(刺繡)를 비롯한 집안의 소품과 물건들은 청와대에서 사용하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소박했다.
한 측근은 “몇 해 전 집안 정리를 돕기 위해 비서진이 처음 자택을 방문했을 때는 지금보다 분위기가 훨씬 썰렁했다. 그나마 나아진 것”이라고 전했다. 그가 요즘 주변에 “힘들다” “외롭다”고 말하는 것이 꼭 정치상황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박 대표는 이날 “정치를 그만둔 뒤에는 여행 중 만나는 사람들이 된장국이라도 건네는, 그런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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