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核 안보리회부 반대 안팎

  • 입력 2004년 11월 25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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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정부는 25일 오스트리아 빈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미 대표단에 ‘한국 핵실험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반대’를 최종 지침(final instruction)으로 내리기까지 치열한 내부 논란을 거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파는 사안의 경중을 떠나 한국의 핵물질 실험 문제를 전 세계적인 핵 비확산 차원에서 다루기 위해 안보리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온건파는 한국의 핵물질 실험은 무기용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IAEA의 사찰에 적극 협조했다는 점 등을 감안해 문제를 일단락지어야 한다고 맞섰다.

미 행정부의 내부 논란은 수주일간 이어졌으며, 한국의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9일 미국을 방문해 스티븐 해들리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과 존 볼턴 국무부 차관에게 ‘협조’를 당부한 이후에도 계속됐다.


논란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본 미 행정부 당국자는 2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미 행정부가 최종지침을 IAEA 대표단에게 보내기 며칠 전까지도 내부 입장 조율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자 온건파 일각에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기회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정상은 20일 칠레 산티아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만나기로 돼 있었다.

이에 따라 온건파들은 비공식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노 대통령이 직접 부시 대통령에게 ‘협조 요청’을 하는 방안을 제의했으나 결국 불발에 그쳤다고 한다.

한 행정부 당국자는 “APEC 회의에 참석한 부시 대통령 주변에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그리고 한국 핵 문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receptive)’는 입장을 취해 온 해들리 부보좌관 등이 있었을 뿐 강경 비확산론자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당시 부시 대통령을 수행 중인 고위 참모들은 노 대통령이 한국 핵실험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바란다는 언급을 할 경우 부시 대통령에게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라는 조언을 할 준비가 돼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조율돼 부시 대통령의 지시 한 마디만 있었다면 미 행정부 내의 논란도 조기 종결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온건파의 입장이 관철됐지만 앞으로 한반도 문제를 놓고 또 다른 분란이 생길 경우 여러 가지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한국 외교통상부의 고위 당국자는 저간의 상황을 일절 부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5일 “미국으로부터 그런 제안이 있었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 “미국측이 그런 제안을 한국 정부에 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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