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와 비주류 진영은 여권이 추진 중인 4대 입법 처리 방식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대치하고 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들의 활발한 행보도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소장파, 위축 속 각개약진 조짐=소장파들이 주축이 된 새정치수요모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모임을 이끄는 두 축인 남경필(南景弼) 원내수석부대표와 원희룡(元喜龍) 최고위원의 연대가 느슨해져 각개약진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돈다.
원 최고위원이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당의 방침과 달리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에게 질문하는 등 ‘튀는 행보’를 반복한 것이 두 사람간 갈등의 주요 원인이라는 게 당 내 분석이다.
또 이 모임 소속 의원 3명이 최근 대여 강경노선을 뚜렷이 한 국가발전전략연구회의 문을 두드린 것으로 알려지는 등 모임의 분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소장파 진영이 당내 고립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교류 폭을 넓히기 시작한 것도 변수가 되고 있다. 새정치수요모임은 다음달 1일 강경보수 세력인 자유포럼과 허물없이 대화하기로 했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 대 보수파=김용갑(金容甲) 안택수(安澤秀) 이방호(李方鎬) 의원 등은 자유포럼을 거점으로 세 확대 작업에 돌입하면서 김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가 장악한 당권의 일부를 탈환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강경보수세력의 한 핵심 의원은 최근 기자에게 “김 원내대표가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입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경우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지도부에 대한 반대전선엔 이재오(李在五) 김문수(金文洙) 홍준표(洪準杓) 의원 등의 대여강경파도 합류하고 있다. 이들은 이념적 보수 노선에 대해선 자유포럼측과 선을 긋고 있지만 현 지도부 퇴진이라는 전술적 목표엔 공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측은 비주류 진영의 반발은 당권 탈환을 위한 정략적 공세라고 규정하고 “더 이상 참지 않겠다”며 강경하게 맞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조만간 4대 입법의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양 진영간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활발한 대권 행보=박근혜(朴槿惠) 대표측은 주력부대의 무게중심을 새정치수요모임에서 중도 성향의 초 재선들로 옮기는 분위기다. 새정치수요모임의 선명한 개혁성이 자칫 당내 중도 세력을 규합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 대표 진영이 대여강경 성향의 김문수 의원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은 최근 국회 행정자치위와 건설교통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나며 보폭을 넓혀 가고 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자신과 가까운 이재오 홍준표 의원과는 일정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들이 박 대표 공격의 선봉에 나선 것이 이 시장의 ‘사주’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당내 비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는 ‘성공한 도지사’의 이미지를 살려 경제 이슈 적임자론을 펴면서 대국민 지지도를 높이는 외연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또 5선의 강재섭(姜在涉) 의원도 외부 자문교수단을 정비하는 등 대권 행보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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