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장관 "행정수도 대안 백지상태서 논의"

  • 입력 2004년 11월 25일 23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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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석(姜東錫) 건설교통부 장관은 수도이전 무산에 따른 후속대책과 관련해 25일 “국토균형발전, 수도권 과밀해소, 충청권 민심이반 해소라는 3가지 원칙에 따라 백지상태(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해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언론사 경제·산업담당 부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후속대책에 대한 정부 발표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졸속으로 처리하지는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충청권에서는 수도라는 ‘모자’만 벗고 과거에 정해진 그대로 옮겨 오라고 요구하지만 국민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청와대와 헌법기관을 제외한 모든 행정기관을 이전하는 방안은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당초 행정수도 후보지 결정 때도 연기-공주보다는 대덕을 중심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다르다”면서 “후속 대책은 국민 다수의 여론을 수렴하는 방향으로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연기-공주지역의 이전 대상지 2165만평을 국가가 수용해 달라는 요구가 있지만 용도가 정해지지도 않은 땅을 수용할 수 없고, 현재로서는 법적 뒷받침도 없어 당장 땅을 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이달 14일 실시된 공인중개사 시험이 너무 어려워 응시자들의 불만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제15회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률이 10% 이상 되지 않으면 내년 1·4분기(1∼3월) 중에 시험을 한 번 더 치르도록 하겠다”며 “그 외에 하반기에도 시험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姜건교 발언…"충청 분노 극에 치달을것"▼

강동석(姜東錫) 건설교통부 장관의 ‘신행정수도 백지상태서 재검토’ 발언이 나온 25일 오후 수도 이전 예정지였던 충청권은 순식간에 충격에 휩싸였다.

충남도와 대전시 등 자치단체 간부들은 강 장관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였다.

신행정수도의 지속적인 추진을 유도하기 위해 구성된 시민사회단체 등도 긴급회의를 갖고 잇달아 성명을 냈다.

이날 오후 계룡시 방문 중 강 장관 발언을 전해 들었다는 심대평(沈大平) 충남도지사는 “강 장관이 어떤 얘기를 했는가를 전해 들었으나 정부로부터는 공식적으로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해 뭐라 얘기할 입장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심 지사는 “다만 신행정수도 건설 문제는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염홍철(廉弘喆) 대전시장도 “강 장관 개인의 의견인지 정부의 입장을 대변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며 “다만 강 장관의 발언이 정부의 공식입장이라면 심각한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염 시장은 “현 정부의 핵심과제인 국가균형발전은 신행정수도 건설에서 출발하는 것 아니냐”며 “이를 포기한다면 충청권뿐 아니라 전 국민의 공분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한범덕(韓凡悳) 충북부지사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다. 원안대로 추진이 어렵다면 버금가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충남 연기군청의 한 관계자는 “강 장관 발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는 주민들의 전화가 군청에 몇 차례 걸려 왔다”며 “사실이라면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치달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늦게 ‘신행정수도 지속 건설을 부인하는 강동석 건교부장관을 해임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크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단체는 “강 장관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대한 문제점을 부각하고 수도권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등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을 저해하는 발언을 해 온 문제의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이 단체는 또 “강 장관의 발언이 개인적인 의견이라면 즉각 해임하고 정부의 공식입장이라면 노무현 정부는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단체의 김제선 사무처장은 “저항이라는 것은 곧 퇴진운동”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후 늦게 대전지역 각 기관에는 청와대가 강 장관의 해임 절차에 착수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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