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비공개 서명운동을 시작한 상당수 집권당 의원들은 곧 파병 연장 반대 입장을 공론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기에 민주노동당 등 일부 야당 의원들도 동참할 것이라고 하니 또 한차례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배경이 됐던 ‘현실적 국익(國益)’을 생각할 때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이툰부대의 파병 과정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국회는 지난해 9월 미국이 추가 파병을 요청한 지 5개월여 만인 올해 2월 파병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그 뒤 파병지역을 아르빌로 확정하기까지 다시 4개월이 걸렸다. 본대가 현지에 도착한 게 불과 3개월 전인 9월이고, 파병 목적인 평화재건 활동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이툰부대가 돌아올 수는 없지 않은가.
파병 연장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명분 없는 전쟁에 우리 젊은이가 희생되도록 할 수 없다’는 예전 논리를 들고 나오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귀국시킨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어렵게 봉합된 한미동맹 관계가 다시 불편해짐으로써 6자회담 등 북핵 문제 해결에 끼칠 악영향도 심각할 것이다. 한마디로 처음부터 보내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의원들은 파병 연장에 반대하는 과도한 행동을 자제하기 바란다. 책임 있는 의원이라면 ‘이상’과 ‘현실’을 교량(較量)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의원들이 마치 선명성 경쟁을 벌이듯 나서면 사회적 갈등이 다시 증폭될 수 있다. 이 문제로 인해 야기된 불필요한 국론 소모는 지금까지 치른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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