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국보법 처리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 적극 검토

  • 입력 2004년 12월 2일 16시 28분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처리를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2일 알려졌다.

한 핵심당직자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처리를 시도는 하겠지만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뜻은 아니다"면서 "정기국회에선 예산안을, 12월 임시국회에선 국보법을 제외한 나머지 3대 법안을 처리하고 내년 1,2월에 국보법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3일 법사위 처리 시도는 당내 강경파 세력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국보법 연내 처리 의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면피용'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열린우리당이 국보법 처리를 내년으로 미루려는 데는 전략적 고려가 깔려있다. 국보법 처리를 고집할 경우 한나라당의 반발이 거세져 다른 민생 개혁법안은 물론 사립학교법 등 나머지 3대 법안 처리도 어렵게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12월 임시국회를 소집해야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을 임시국회로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으로 국보법 연내 불처리를 제안하는 방안도 여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보법을 확실하게 폐지하기 위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의미도 담겨있다. 국보법 연내처리를 강행할 경우 열린우리당이 제출한 국보법 폐지안과 형법보완안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연내 처리에만 무게를 둘 경우 한나라당의 주장을 대폭 수용할 수밖에 없고, 결국 폐지가 아닌 다른 절충안으로 변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가 최근 연내 처리를 강행할 경우 자칫 누더기 법안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차라리 내년으로 넘겨 확실하게 폐지하는 게 낫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국보법 처리를 내년으로 넘길 경우 국보법 폐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국회 과반수 의석이 무너지고, 정국운영의 기조가 개혁이 아닌 민생과 대타협으로 선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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