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인경작제 전국 실시]“잉여작물 내맘대로 판매”

  • 입력 2004년 12월 5일 18시 33분


《북한 당국이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협동농장 개인경작 제도는 1978년 중국이 경제개혁·개방 조치와 함께 단행한 농업개혁의 핵심적인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북한 당국이 본격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 중국식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로의 이행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는 증거로 풀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의 의미를 크게 평가하면서도 제도 시행의 범위나 심도에 대해서는 좀 더 관찰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농업개혁 방식과 유사=농업개혁은 사회주의 경제개혁의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큰 방향은 집단경작 방식을 버리고 개인경작 제도를 도입하는 것.

중국의 경우 1978년 제11기 3중전회에서 농업 부문에 개인경영 방식을 도입하는 대대적인 개혁 조치를 단행했다.

그 가운데 하나인 ‘포산도호(包産到戶)’ 방식은 농민이 인민공사의 땅을 배분받아 생산한 뒤 계획목표를 초과한 생산량을 소유하는 것이 골자다.

더 열심히 일하는 농민이 남보다 더 잘살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전체 농업생산을 늘리는 것이 목표다.

북한은 그동안 ‘작업반우대제’(1960년) ‘분조관리제’(1966년) ‘신(新)분조관리제’(1996년) 등과 같은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따라 2002년 7월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단행하면서 함경도 무산과 회령 등지에서 개인의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한 개인경작 제도를 시범 실시했다. 이런 ‘맹아적 형태’의 개인경작 제도가 전국적인 단위로 확대 실시됐다는 사실과 구체적인 운영 방식이 이번에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시장경제로 가는 증거=개인영농 제도의 실시에 따라 북한에서는 기업과 협동농장 모두가 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돼 시장 메커니즘이 한층 강화됐다.

북한은 2003년 3월부터 종합시장과 농민시장 등 시장의 기능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기업은 지난해부터 ‘계획외’로 생산한 물건을 시장에서 판매해 왔다. 올해부터는 협동농장의 농장원들도 국가의 땅에서 생산한 농작물을 시장에 내다 팔아 생활비를 벌어 쓰게 된 것.

고려대 남성욱(南成旭) 북한학과 교수는 그러나 “개인경작 제도를 모든 협동농장이 도입했는지는 더 확인해야 하며 시범실시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된 단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대학원대 양문수(梁文秀) 교수도 “지방정부들이 개별적으로 제도를 도입하고 중앙정부가 묵인하는 차원일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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