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꽃받은 민주당 "빚이나 갚아라"

  • 입력 2004년 12월 13일 16시 01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사이의 '대선  빚' 변제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13일 서울 마포구 구수동 서강빌딩에 새로 입주하는 민주당의 한화갑대표등이 노무현대통령의 축하 화환을 지나 당사로 들어가고 있다.[연합]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사이의 '대선 빚' 변제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13일 서울 마포구 구수동 서강빌딩에 새로 입주하는 민주당의 한화갑대표등이 노무현대통령의 축하 화환을 지나 당사로 들어가고 있다.[연합]
“꽃은 꽃이고 빚은 빚이다. 대선 때 진 빚은 갚아야지...”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13일 민주당사 이전식에 노무현 대통령이 축하 화환을 보낸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말을 아끼면서도 “오는 16일 예정대로 청와대 앞에서 대선 빚 변제 촉구 시위를 하겠다”며 빚부터 먼저 갚으라고 요구했다.

지난 대선 때 진 빚 43여억원의 변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공방이 좀처럼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1일 민주당과의 분당과정에서 남겨졌던 당사 임대료와 대선 홍보비 등을 변제해 주기 위해 실사에 들어갔다며 빚을 갚아줄 것을 시사했었다.

당시 열린우리당 민병두 기획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내년 2월까지 20만명의 진성당원이 가능해 연간 24억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며, 국고보조금까지 감안하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변제 방법까지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즉각 환영의 뜻을 표시했고, 정치권에서는 양당이 합당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후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탄핵에 앞장섰던 사람들과 어떻게 통합하느냐”고 반발하고, 현행 정치자금법상 타 정당에 돈을 지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법률 검토결과에 따라 ‘대선 빚 변제’는 유야무야 됐다.

급기야 이부영 의장은 지난 9일 “순리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겠지만 돈으로 줄 방법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의 입장이 바뀌자 잠시 누그러졌던 민주당의 분위기가 급랭했다.

민주당은 같은 날 당보 ‘민주팡팡’을 통해 “입으로는 갚을 것처럼 말하고 실제로는 아무 결과도 없는 열린우리당의 이중플레이에 민주당의 자존심이 또 한번 짓밟혔다”며 “한마디로 농락당한 기분”이라고 비난했다.

장전형 대변인은 13일 “3/4분기에 이어 4/4분기 국고보조금도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시절 홍보책자를 만든 인쇄사에 의해 모두 압류돼 직원들 급여도 못주고 있다”며 “갚겠다고 언론에 떠들어 놓고 갚지 않는 것은 도덕의 문제”라고 성토했다.

그는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라는 권한은 모두 누리면서 빚은 갚지 않겠다는 것은 양심없는 행동”이라며 “예정대로 16일 청와대 앞에서 빚 변제 촉구 결의대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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