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성공단, 남북협력 ‘성공 모델’ 되기를

  • 입력 2004년 12월 15일 17시 55분


15일 개성공단에서 첫 생산품이 나왔다. 2000년 8월 북측과 개성공단 건설에 합의한 이래 4년여 만의 결실이다.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적인 존재가 가동을 시작한 일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반세기 이상 다른 길을 걸어 온 두 체제 간의 경제관계 심화는 궁극적으로 정치 군사 측면의 긴장 완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번에 시제품을 낸 업체는 2만8000평 규모의 시범단지에 입주할 15개 회사 중 하나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내년 봄 시범단지 입주가 완료되고 2007년까지 1단계 100만 평, 2012년까지 850만 평의 공업단지가 모두 완공되려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그 과정에서 마주칠 숱한 난제를 극복하고 개성공단이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풀어야 할 것이 핵문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미(北美)관계는 개선될 수 없고, 북-미관계 개선이 없는 개성공단의 성공을 바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공장 건설을 위한 전략물자 반출입, 생산품의 해외 판로 확보 등에는 미국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얼마 전 미국이 한국에 전달했다는 “개성공단에 대해 환상을 갖지 말라”는 말의 현실적 의미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남측 정부는 개성공단 사업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어제 열린 현장 행사에 북측 상대방의 ‘격(格)’을 따지지 않고 통일부 장관이 참석했을 정도다. 북한도 그동안 이 사업에 적극적이었다고 하나 좀 더 대범해질 필요가 있다. 북측이 공단 운영을 위한 통행, 통신 등 제반 협상에서 무리한 요구를 거듭한다면 입주 기업의 의욕을 꺾을 수 있다.

북한에 개성공단은 ‘자본주의 학습장’이자 체제 생존을 위한 ‘실험실’이다. 북한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