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밖에서는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등 남북 양측 인사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도 성황리에 열렸다.
기념식 직후 테이프 자르기와 함께 공장 문이 열리자 생산라인에서 일하고 있던 북측 여성 근로자들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친절한 태도로 남측 손님들을 맞았다.
접착반에서 근무하는 윤은별 씨(37)는 “같은 동포끼리 일하다 보니 일이 고된 줄 모르겠다”며 “첫 월급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한순명 씨(41)는 “북남이 힘을 합쳐서 멋있는 제품을 만들게 돼 기쁘다”며 “아직 서툴지만 열심히 배워 세계에서 1등 가는 상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주인 자격으로 손님들을 맞은 현대그룹 현정은(玄貞恩) 회장은 “금년 내 첫 제품 생산이라는 약속을 지키게 돼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은 “남북한이 함께 만든 냄비를 보니 눈물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정 장관은 시제품 생산과 행사 내용에 대해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북측 인사들은 보다 많은 제품들이 개성공단에서 생산되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다.
리빙아트 김석철 회장은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은 원산지를 북한으로 따로 표시하지 않고 판매할 계획”이라며 “개성공장 가동으로 제품 가격이 30% 정도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후 6시부터 개성공단에서 처음 생산한 냄비를 판매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8층 특설매장은 붐볐다.
실향민으로 보이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층이 여럿 눈에 띄었다. 백화점 측은 판매가 시작되기도 전에 고객들이 몰려들자 대기번호표를 200여 장 배부했다.
실향민 신동운 씨(75)는 “1950년 평남 중화에서 혈혈단신으로 월남해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이 늘 가슴에 맺혔는데 남북한이 한마음으로 만든 냄비를 보니 감개무량하다”며 “평생 기념으로 보관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 박모 씨(47·서울 은평구 갈현동)는 “구경하러 왔다가 가격도 저렴하고 품질도 좋아 보여 한 세트 샀다”며 “북한에서 만든 제품을 계속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판매된 제품은 스테인리스 냄비 2종 세트로 가격은 국내 생산가의 절반 수준인 1만9800원.
롯데백화점 가정용품 매입팀 이주홍 바이어는 “판매 개시 15분 만에 400세트가 판매됐다”며 “이렇게 고객이 많이 몰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개성=김태한 기자 freewill@donga.com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made in 개성'…北공단 입주업체 제품 첫 생산▼
북한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입주한 남한 기업이 첫 제품을 생산했다.
주방용품 업체인 리빙아트는 15일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냄비 세트를 생산해 ‘개성 시대’의 막을 올렸다. 남북이 개성공단 건설에 합의한 2000년 8월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현대아산과 리빙아트는 이날 오전 개성공단 내 공장에서 남북 양측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성공단 첫 제품 생산 기념식’을 열었다.
처음 생산된 3종의 냄비 1000세트는 8t 트럭으로 이날 오후 2시경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반출됐다. 리빙아트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8층 특설매장에서 이 제품 판매에 들어갔다.
이날 행사에는 남측에서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한완상(韓完相) 대한적십자사 총재, 현정은(玄貞恩) 현대그룹 회장과 여야 국회의원, 정부 관계자, 경제인 등 385명이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주동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 등 50여 명이 나왔다.
현재 개성공단 협력사업자 승인을 받은 13개 입주기업 중 리빙아트 외에 신원 에스제이텍 삼덕통상 부천공업 태성산업 등 8개 업체가 공장건설에 들어간 상태다. 신원 에스제이텍 삼덕통상 등은 연내에 공장을 완공해 내년부터 의류와 신발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개성=김태한 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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