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駐美대사에 홍석현씨 내정…對美외교 민간중심 전환

  • 입력 2004년 12월 17일 03시 13분


홍석현(洪錫炫) 중앙일보 회장을 주미대사로 내정한 것은 정부 중심의 기존 대미 외교 방식을 180도 바꾼 ‘발상의 전환’의 산물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금 한미 간의 문제는 정부 간 공식 외교의 문제가 아니라 양국 국민과 지식인 사이를 연결하는 민간외교의 부재 때문이다”라며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언론인이자 세계적 기업인 삼성에서 근무했던 홍 회장이 적임자란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는 ‘삼성의 미국 내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대미 외교에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최근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 회장도 ‘한류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해서 눈길을 끌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한승주(韓昇洲) 주미대사가 9월 이후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후임자를 찾는 데 고심해 왔던 노 대통령이 이 보고서를 받고 ‘바로 이것이다’라며 무릎을 쳤다고 한다”고 전했다. 미국의 여론과 지식인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거물급 인사 1, 2명의 힘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한 한국 기업의 네트워크가 함께 가동될 때 가능하다는 인식을 했다는 것.

또 홍 회장 개인에 대해서도 여권 핵심부에서 “자격 요건은 충분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과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최근 각각 홍 회장을 만난 뒤 한결같이 “모든 면에서 주미대사로 손색이 없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대(對) 언론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는 10월 독일 베를린에서 “중앙일보는 요즘 역사의 흐름에 가닥을 잡고 중심을 잡는 것 같다”고 평가한 적도 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그렇지 않다. 홍 회장이 갖고 있는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가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며 “노 대통령이 홍 회장을 주미대사로 기용키로 한 것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관계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NSC 측에서는 이미 ‘한미 민간 전문가 간 전략 대화’의 한국 측 대표로 홍 회장을 내정해 놓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만큼 홍 회장의 대미 민간 외교 능력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 같다”고 전했다.

외교 전문가가 아닌 홍 회장이 대미 외교 사령탑으로 내정됨에 따라 앞으로 한미 정부 간 외교는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미 행정부에 대한 공식 통보와 외교적 절차 등을 감안해 금명간 홍 주미대사 내정자를 외교통상부를 통해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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