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같은 재외공관장은 상대국의 아그레망(사전 동의) 절차가 끝난 뒤 공식 발표하는 것이 외교적 관례. 그러나 정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이규형(李揆亨) 외교통상부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을 통해 '홍 회장의 내정' 사실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17일자 신문에 이미 크게 보도됐기 때문에 정부 입장을 밝히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지만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종의 '외교적 사고(事故)'이거나 홍 회장에 대한 지나친 예우"라고 지적했다.
김우식(金雨植) 대통령 비서실장이 16일 저녁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송년 만찬 때 '깜짝 놀랄, 주미 대사 후임 카드'를 언급했을 때까지만 해도 홍 회장에 대한 아그레망이 미국 측에 접수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의 발언을 계기로 언론의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되자 정부는 16일 밤과 17일 새벽 사이에 급하게 아그레망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홍 회장을 직접 만나 '주미 대사 내정'을 최종 결정한 날은 14일"이라며 "김 실장의 '사고'가 의도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규형 대변인은 이날 홍 회장의 내정 이유에 대해 "합리적 실용주의자로서 탁월한 국제적 지식과 감각을 지니고 있고 참여정부의 대북화해협력정책을 일관되게 지지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부 내에서는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는 게 공무원의 도리"(고위당국자) "홍 회장에 대해 큰 기대도, 큰 우려도 하지 않는다"(중견외교관)는 담담한 반응이 많았다.
한편 홍 회장의 동생인 홍석규(洪錫珪) ㈜보광 사장은 외무고시(13회) 출신으로 주미 대사관 2등 서기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홍 사장은 94년 말까지 외교관을 하다가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했고, 홍 회장은 정반대로 CEO에서 외교관으로 전직한 셈"이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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