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대사 내정자가 해야 할 일은 많다. 첫 번째 과제는 한미 동맹관계의 새 틀이 무리 없이 짜여질 수 있도록 미국 사회의 신뢰와 지지를 모으는 일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미 동맹은 성공적이었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떠받치는 중심축이었고, 우리의 안보와 경제성장도 그 기초 위에서 가능했다. 그런 관계가 더는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할 뿐 아니라 이를 뛰어넘어 새로운 반세기를 함께할 미래 동맹의 틀을 만들어 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 설령 양국 일각에서 극단적인 주의, 주장들이 나온다고 해도 서로 믿어야 한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불협화음도 결국 신뢰 부족에 그 원인이 있는 것 아닌가. 현안인 주한미군의 ‘전략적 신축성’ 문제도 믿음 없이는 풀기 어렵다. 홍 내정자의 다양한 경력과 인적 네트워크가 한미 간에 신뢰의 기반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우리처럼 초당 외교의 전통이 없는 나라에서 주미 대사의 처신은 아무리 경계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치인 출신 대사의 인기영합주의나 직업외교관 출신의 경직성 모두 비판받았던 전례가 있다. “홍 내정자를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밀기로 했다” “특정 대기업 그룹의 인적, 물적 자산을 대미 외교에 활용해야 한다”는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불필요한 오해만 낳을 뿐이다. 주미대사 자리가 유엔 사무총장에 출마하기 위해 경력 쌓는 자리인가. 주미대사로서 오직 한미 간 현안 해결에만 전념하는 것이 바른 처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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