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조관행·趙寬行)는 17일 이 씨의 부인 김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1억482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는 성혜림(김 위원장의 부인) 망명사건, 강릉 무장공비 사건, 황장엽(黃長燁) 씨 망명 사건 등으로 북한의 보복 위협이 고조되던 때여서 별도의 신변보호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면서 “그럼에도 국가가 정착 지원 종료 등을 이유로 이 씨의 안전에 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살해되도록 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더욱이 교도소 직원, 경찰관 등이 북한 공작원의 의뢰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심부름센터 직원 등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이 씨의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제공해 살해된 만큼 국가가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씨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권고와 만류를 무시하고 언론 인터뷰와 TV 출연 등을 통해 스스로 얼굴과 인적 사항을 노출한 책임이 있다”며 국가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이 씨는 1982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어학연수를 받던 중 스위스 주재 한국 공관을 통해 귀순했으며 황장엽 씨가 망명한 직후인 1997년 2월 자신이 거주하던 아파트 앞에서 북한 공작조로 보이는 괴한 2명에 의해 피격당해 숨졌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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