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0일까지의 임시국회 회기까지 불과 열흘. 정치권의 올 한 해 결산이 그의 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도 그는 “국회 사회봉을 쥐어 달라”는 열린우리당의 압박에 꿈쩍도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여당 내에서는 “의장 불신임 결의안이라도 내야 한다”는 극단적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김 의장은 오히려 여당 인사들에게 “지금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냐. 똑바로 하라”고 호통을 치고 있다.
김 의장이 ‘명 총무’로 이름을 날렸던 1988년에는 그나마 정치가 있었다. 전두환(全斗煥) 대통령의 퇴임과 노태우(盧泰愚) 대통령 취임, 그리고 ‘광주민주항쟁 진상규명’의 격랑 속에서 김 의장은 제1야당이던 평민당 원내총무로서 당시 민정당 김윤환(金潤煥·2003년 12월 작고) 총무와 숨바꼭질 협상 끝에 어려운 타협을 여러 차례 이뤄냈다. 강원 인제군 백담사에 은거 중인 전 씨를 그해 12월 31일 청문회에 세웠고 광주학살 관련자로 지목됐던 민정당 정호용(鄭鎬溶)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성사시킨 것.
이런 경험을 갖고 있는 김 의장의 노기(怒氣)에는 작금의 ‘정치 부재’에 대한 불만과 탄식이 배어 있다. 상대를 극복과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극한적 불신 속에서 그는 여야 지도부를 대상으로 ‘정치 복원투쟁’을 벌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아직 메아리는 없다. 여야간 의사소통을 위해 막후에서 뛰는 중진들도 없다. 오히려 그는 친정으로부터 “역사에 남을 숭고한 의장이 되길 결심한 모양”이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이런 후배들에게 김 의장은 “그 험난했던 시절에도 정치를 했는데…”라는 메시지를 행동으로 던지고 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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