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규정상으로는 한일협정 체결(1965년) 30년 뒤인 1995년부터 공개될 수 있던 문서들을 비공개 상태로 놓아두었던 데는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며 “엄청난 파장을 부를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일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일 관계와 북-일 수교 협상 영향=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 측이 ‘이번 문서 공개가 한일 관계에 영향을 미칠 요소가 없겠느냐’며 관심을 표명했지만, 공개 방침에 대한 반대 의견은 물론 일부 삭제 요청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꾸준히 이 문서 공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한일 양국의 국교정상화 협상 과정 전체에 대한 한국민의 불신이 증폭돼 한일협정 재협상 요구로까지 번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
정부의 한 관계자도 “한일 관계는 워낙 휘발성이 커 이번 문서 공개도 어떻게 번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문서 공개 결정 배경에는 ‘숨기면 더 의심 받으니 모든 것을 밝히자’는 논리도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의 또 다른 우려는 북-일 수교 교섭 과정에서 짊어져야 할 부담이다. 일본 측은 “1990년부터 진행돼 온 북-일 수교 교섭은 1965년 한일협정과 성격상 거의 동일하다”며 “관련 문서 공개는 북한에 일본의 협상전략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정부 내부에서는 ‘일본의 재정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문서 공개를 안 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없다’는 시각이 강했다는 후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심지어 ‘문서가 공개돼 북한이 일본으로부터 배상금을 많이 받을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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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진상 규명 신호탄인가?=이번 문서 공개는 외교적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일제강점기 피해자 유가족의 보상 요구를 정부가 전면 거부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공개 조치가 답보 상태에 빠져 있는 과거사 진상 규명 작업과 맞물려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시각도 없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일 관계 전문가는 “이번 공개 결정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는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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