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공동배달제를 위해 개별 신문사가 설립한 법인에 신문발전기금을 지원해 주기로 한 합의내용은 ‘신문유통원’이라는 법인을 설립해 지원키로 일부 수정했다. 또 시장점유율 산정 기준으로 삼은 발행부수 계산을 위해 모든 신문을 발행부수공사(ABC)에 가입토록 하려던 것은 사실상 권고 조항으로 했다.
여야는 이날 최대 쟁점인 시장 점유율 규제 조항을 놓고 막판까지 충돌했다. 열린우리당 측은 오전 문광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전날 합의와는 달리 점유율 산정 대상을 ‘전국적으로 보급되어 판매되는 일반일간신문’으로 하자고 주장하다가 한나라당의 반발로 ‘일반일간신문과 특수일간신문’(12월 현재 130개)으로 바꿨다. 끝까지 동아 조선 중앙일보를 겨냥한 점유율 규제 조항을 만들기 위해 여야 합의까지 번복하려다 무산된 셈이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 김재홍(金在洪) 이경숙(李景淑) 의원은 한나라당 측이 잠시 퇴장한 틈을 타 “열린우리당 원안을 표결하자”고 제안했으나 법안심사소위원장인 같은 당 우상호(禹相虎) 의원은 이를 거부했다.
반면 한나라당 일부 문광위 의원들과 지도부 일각에서는 “시장 점유율 조항은 위헌”이라며 한동안 합의를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합의를 주장했던 한나라당 문광위 간사인 정병국(鄭柄國) 의원이 간사 직을 사임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신문법안에는 당초 ‘독소 조항’으로 지적받은 여당 안의 일부 항목이 남아 있어 위헌 시비가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신문의 공정성·공익성 및 사회적 책임을 명시한 조항은 일단 여당 원안대로 반영됐다.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식의 선언적인 조항이긴 하지만 각종 시민단체가 특정 신문의 논조를 문제 삼거나, 정부가 자칫 각종 지원에서 불이익을 주는 수단으로 삼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시장 점유율 조항은 앞으로 위헌 소송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이와 함께 점유율 산정 기준을 ‘전년 평균 전국 발행부수로 삼아 일부 영세 신문들이 ABC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점유율 기준 자체의 측정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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