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창업스쿨에서 창업하기 좋은 장소 선택에서부터 사업계획서 작성, 홍보계획 수립 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
그의 새해 소망은 두부밥, 만두밥, 꼬치밥 등 북한 서민음식 전문점을 개업하는 것. 일단 소규모 점포로 시작해 앞으로 전국 체인점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북한에서 고교를 중퇴한 그는 한국에 정착한 뒤에도 쓰레기수거업체에서 잠시 일했을 뿐 뚜렷한 직업을 갖지 못했다.
북한의 실상을 다룬 영화 시나리오를 썼으나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수차례 퇴짜를 맞았다.
그러던 중 한 에로비디오업체로부터 북한 에로영화 시나리오를 써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에로영화 시리즈 10편을 쓰기로 계약을 했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2편 썼을 무렵 업체가 부도났다.
정 씨는 “농경시대(북한)에서 정보화시대(한국)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느낌이어서 그동안 제대로 적응을 못했다”며 “북한 전문음식점을 창업해 방황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노동당 간부를 지낸 고위층이었다. 그러나 세력 싸움에서 밀리면서 그의 가족은 평양에서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함경북도 온성군의 산골로 추방됐다.
정 씨는 1994년 결혼해 딸 하나를 두었지만 북한을 탈출한 뒤 연락 한번 못했다.
“가족이 보고 싶어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어요.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참을 수밖에요. 결국 ‘나와의 싸움’에서 이겨야지요.”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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