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李富榮) 의장이 3일 사퇴함에 따라 열린우리당의 ‘1기 체제’가 막을 내렸다.
창당 주역이었던 ‘천-신-정’(천정배·千正培 전 원내대표, 신기남·辛基南 전 의장,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지난해 1월 첫 전당대회에서 구성된 지도부가 모두 물러났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4·2전당대회 때까지 한시적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따라서 비대위 구성 문제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말 4개 쟁점 법안 논의 과정에서 계파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데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비대위에는 각 계파가 고루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주요 계파로는 ‘천-신-정’으로 대표되는 당권파와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 중심의 재야파, 문희상(文喜相) 의원을 비롯한 친노(親盧) 직계, 개혁당 출신 등을 들 수 있다.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과 일토삼목회를 비롯한 중도 보수 의원들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에 누가 참여하든 중진들의 입김이 세질 것이란 데는 별 이론이 없다. 중진 의원들은 연말 대치정국에서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면서 강경파를 타이르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비대위는 사실상 중진들의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될 듯하다.
임채정(林采正) 문희상 유인태(柳寅泰) 정세균(丁世均) 배기선(裵基善) 의원을 비롯한 중진들은 당이 강경파에 휘둘리면서 불안한 모습으로 비치는 데 대해 불만과 우려를 갖고 있다. 이 전 의장은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에서 “야당과의 갈등과 대립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 노선을 택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여야 안의 과격노선과 과감한 투쟁을 벌이는 것도 불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의장은 당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도 “투쟁의 관성으로 인해 전략 전술적 관점보다 그때마다 자신을 드러내려는 과격한 커머셜리즘(상업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당 내 강경파를 거듭 비판했다.
문 의원은 지난해 12월 31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개혁 주체세력이 아집과 독선에 빠지고,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갖는 바람에 국민의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강경파를 겨냥하기도 했다.
강경파의 대응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전국적으로 기간당원 확보에 열중하면서 전당대회를 겨냥한 세력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비대위 선출권을 가진 중앙위에 강경파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 이들은 2월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를 관철하고 당 개혁 노선을 더욱 선명히 한다는 주장을 앞세워 주도권을 장악한다는 방침이어서 강온파 대립은 시간이 갈수록 격화될 전망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
▼한나라 김덕룡 퇴진 갈등▼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연초부터 당내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의 전격 사퇴가 ‘4개 쟁점 법안’ 관련 대여 협상 결과에 김 원내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의 도화선이 됐다.
영남 출신의 강경 보수 성향 의원들은 김 원내대표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2월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 문제 등을 처리하기 위해 새 진용을 짜야 한다는 것이 그들이 내세운 명분이다.
대구 지역 3선인 안택수(安澤秀) 의원은 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새해를 맞아 지난 잘못을 정리하고 새 출발하기 위해선 김 원내대표가 깨끗이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 지역 재선인 이방호(李方鎬) 의원도 “대여 협상 과정에서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상당한 이견을 드러냈다”며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여당이 강성 진용으로 나올 것으로 보이는 만큼 김 원내대표 대신 보다 강력한 새 협상팀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수도권 출신과 소장파 의원들은 김 원내대표의 임기가 5월까지이므로 ‘중도 하차’는 있을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규택(李揆澤) 최고위원은 “대여 협상 결과가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 순 없지만 김 원내대표는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며 “한나라당은 여당을 따라할 이유가 없다”고 유임론을 폈다.
김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원내부대표단과의 긴급 회동에서 물러서지 않을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거취를 둘러싼 공방은 당내 강온파 간의 노선투쟁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당내 곳곳에선 벌써부터 세 규합 움직임이 감지되는 등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영남 출신 보수 성향 의원들은 김 원내대표가 외유(4일 출국)를 마치고 귀국하는 이달 중순부터 퇴진 서명 운동을 벌일 태세다. 비주류의 한 의원은 “이달 중순까지는 잠시 휴전 상태이지만 김 원내대표 귀국 후 실력행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원내대표 측도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당 쇄신을 내건 정풍(整風)운동으로 초점을 옮겨 전면적인 노선 투쟁을 벌이겠다는 복안이다. 한 측근은 “당내 강경파들이 퇴진 요구를 계속한다면 우리는 소장파 의원들을 규합해 강경파를 상대로 정풍운동을 벌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표 측은 자칫 공방에 휩쓸릴 경우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에 당분간 관망 자세를 보이겠지만 교통정리를 마냥 늦출 수만은 없다는 것이 고민거리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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