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밖에 개인적 목적으로 외국을 방문하는 의원까지 합치면 재적의원 298명의 절반가량 되는 150명 안팎이 이달 내에 출국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내내 국회에서 4개 쟁점 법안 처리 문제에 매달려 있던 의원들이 2월 임시국회까지의 ‘방학’을 활용하기 위해 한꺼번에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방문 실태=박희태(朴熺太·한나라당) 국회 부의장은 이집트 모로코 영국 인도의 국회 부의장 초청으로 여야 의원 3명과 함께 20일부터 14일 동안 해당 국가를 방문한다.
또 국회 정보위 소속인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임종인(林鍾仁),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공성진(孔星鎭) 의원은 24일부터 12일간 미국 멕시코의 정보기관을 시찰하고 돌아올 계획이다.
일부 의원들은 이례적으로 후진국이 많은 아프리카를 방문한다.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와 남경필(南景弼) 유기준(兪奇濬) 의원은 4일 부부 동반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출국했다. 목적은 의회 운영제도 시찰. 또 국회 교육위 소속인 한나라당 황우여(黃祐呂·교육위원장), 열린우리당 조배숙(趙培淑) 의원 등은 소외 지역 교육제도 연구를 목적으로 13일부터 14일간 이집트 케냐 짐바브웨를 방문할 예정이다.
열린우리당 강봉균(康奉均) 문석호(文錫鎬), 한나라당 김무성(金武星) 김정훈(金正薰) 의원 등은 11일 동안 미국 또는 일본을 방문해 증권 및 선물 거래 시스템을 시찰하고 돌아올 방침이다.
▽해외 방문 계획 수립 및 예산, 보고서 제출=의원 해외방문 일정의 큰 틀은 국회의장단과 교섭단체 대표, 국회 외교통상위원장, 사무총장 등으로 구성된 ‘국회 의원외교활동운영협의회’에서 만든다. 해외 방문 계획의 타당성 여부도 여기서 가려진다.
국회 일각에선 의원외교활동운영협의회가 느슨하게 운영되는 바람에 해외 방문 계획이 꼭 필요한 것인지 제대로 따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방문 계획이 정해지면 그에 맞춰 예산이 배정된다. 이번 달에 해외를 공식 방문하는 의원 92명의 여행 비용은 모두 국회 예산으로 충당된다.
어느 의원이 해외를 방문할지 결정하는 권한은 원내대표에게 집중돼 있다. 각 상임위에서 해외 시찰을 나갈 경우 상임위원장이나 정당 간사는 각 당 원내대표에게 해외 방문 예정 의원의 명단을 통보해 협의를 해야 한다. 또 의장단의 공식 방문 행사나 외교협의회, 국제기구회의, 한일의원연맹 등에 참석할 의원도 관련 기구 대표가 원내대표와 협의해 결정한다.
따라서 원내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특정 의원에게 해외 방문 기회가 몰리는 경우도 간혹 있다.
국회의 예산을 쓴 공식 해외 방문 일정을 마친 방문단은 반드시 관련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방문단을 수행했던 국회사무처 직원이 작성하도록 돼 있어 해외 방문을 통해 의원 개개인이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평가할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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