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 교육부총리에 대해 “임기 5년을 같이하겠다”며 교육수장 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총리가 57시간의 단명에 그친 것은 인사시스템의 작동 불능을 단적으로 반영한 셈이다.
우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은 부실 검증에 대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 민정수석실은 이 부총리와 부인에 국한해 검증절차를 밟았을 뿐, 큰아들의 이름을 빌린 이 부총리의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과 큰아들의 ‘대학 부정입학’ 의혹에 대해선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민(金鍾民) 청와대 대변인은 “국회 인사 청문회 대상자는 직계 가족과 분가한 자녀까지 샅샅이 검증을 한다”며 “그러나 청문회 대상이 아닌 경우는 분가한 자녀의 경우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부분이 많아 조사하는 게 간단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는 이번 개각을 앞두고 사흘 동안 30명의 후보자를 한꺼번에 검증했던 것으로 알려져 구조적으로 심도 있는 검증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인사추천위원회의 추천 과정도 문제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지적이다.
민정수석실은 이 부총리의 서울대 총장 시절 드러난 사외이사 겸직문제와 판공비 부당사용 등에 대해 “교육부총리로 문제가 있다”는 쪽으로 검증보고서에 의견을 냈다고 한다.
그러나 인사추천회의에선 “그 정도 문제는 총장을 사퇴한 것으로 이미 책임을 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참석자들이 사안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이병완(李炳浣)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6일 “(이 부총리가) 청빈한 분이라 집 한 채 정도밖에 없을 것”이라고 감싼 것도 청와대의 검증소홀에 대한 비판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이 부총리는 서울대 총장 시절인 2000년과 2002년 자신은 규정을 어기고 LG 사외이사를 겸직하면서도 교수들에겐 ‘기업체 사외이사 겸직 허가를 요청하거나 사외이사로 위촉되는 경우가 없도록 협조해 주기 바란다’는 공문을 두 차례나 내려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가 제대로 검증했다면 이런 문제도 사전에 충분히 거를 수 있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인사추천위원회에서 몇몇 사람이 방향을 잡으면 다른 인사들이 별다른 이의제기를 못하는 일이 많다”며 “특히 이 부총리에 대해선 호평하는 목소리가 많아 부정적 측면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작은 흠’이 있더라도 대학개혁을 지휘할 적임자라고 판단해 이 부총리를 선택한 것”이라며 “그러나 실무선이 더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과거는 묻지 말자는 식’이라고 잘못 판단해 인사검증이 소홀히 진행됐다”고 말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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