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새해 1월 4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총리 등 6개 부처 개각을 하면서 “한 2년쯤 일하다 보면 아이디어도 다 써 먹을 만큼 써먹고 열정도 식고, 경우에 따라서는 매너리즘에 빠질 때쯤 된다”고 이례적으로 개각 배경을 설명했다. 장관 임기와 관련해 ‘매너리즘 2년 주기론’을 밝힌 셈이다. 하지만 교육부총리에 대한 이번 인사검증 실패를 보면 노무현 정부가 출범 초기에 투명한 인사를 다짐하며 의욕적으로 만든 5단계의 청와대 인사시스템이 바로 그 ‘매너리즘 2년 주기론’에 딱 걸려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매너리즘은 일정한 기법이나 형식 따위가 습관적으로 되풀이되어 독창성과 신선한 맛을 잃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에는 현상유지적인 경향이나 자세를 가리켜 흔히 매너리즘에 빠졌다고도 말한다.
▼盧대통령의 ‘2년 주기론’▼
대통령인사수석과 민정수석비서관이 ‘문책 경질’될 것이라 한다.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 상임위 인사청문회 도입 등 인사시스템을 보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시스템 자체의 문제보다는 시스템 운영자의 인식과 자세의 문제가 더 크다. 관보에 공지된 등록재산 명세만을 믿고 직계가족의 재산 상황을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검증팀의 실수는 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 방법이 미숙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어찌하여 시민단체는 밝혀냈는데 국가기관은 이를 놓친단 말인가. 아울러 공직후보자에게 들이대는 도덕성의 잣대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 우리는 도덕성의 흠결에 대한 ‘사회적 양해 시효’가 다른 나라에 비해 길다는 사실을 앞으로는 인사검증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1200여 명에 불과한 인재 데이터베이스(DB)의 규모도 확대 보충해야 한다. 또한 후보 추천의 경로를 더욱 객관화·공정화해야 한다. 현재는 국무총리가 개각 때만 인사추천위원회에 참여하지만 이를 확대해 총리실 관계자가 사전에 수집한 인사검증 자료를 가지고 참여하여 이중 삼중의 체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추천과 검증은 별개라는 논리가 인사의 독주를 막아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장치로 기능하도록 한다는 점에서는 타당하지만, 그렇다고 추천 행위의 무책임까지 담보하는 논리적 근거는 될 수 없다. 그리고 행여나 인간적인 친소관계가 인사검증을 소홀히 한 원인이 됐다는 일부의 지적이 사실이라면 이 부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인사판단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기준은 전문성과 능력, 도덕성인데 이것이 뒷전으로 밀리고 정치적인 요인들이 영향력을 가지게 될 때 인사시스템은 거꾸로 작동하거나 아예 작동을 멈추게 된다.
▼교체때마다 인사청문회?▼
노 대통령이 제안한 국회 상임위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지게 될 정치적 책임을 국회와 분담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처럼 장관 임기가 대통령 임기와 같이 가는 경우라면 몰라도 대통령 스스로 밝힌 ‘매너리즘 2년 주기론’에 따라 빈번한 장관교체가 예상되는 우리의 경우에는 인사청문회를 하다가 날 샐지도 모른다. 매너리즘에 빠진 인사시스템을 개혁하는 방법은 새 습관을 학습하는 것밖에 없다.
강성남 한국방송통신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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