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내에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법원의 잇따른 당선무효형 판결이 여당 소속 의원들에게 집중되면서 원내 과반 의석 유지가 불투명해졌고, 4개 쟁점 법안 처리도 당초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과거 국가정보원에서 유입되던 정보의 차단과 정치자금 부족도 여당 의원들의 무력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영식(吳泳食) 의원은 최근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 원 판결을 받았다. 오 의원을 포함해 지난해 총선 이후 선거법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 판결을 받은 열린우리당 의원은 모두 11명.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에서 당선무효형 판결을 받은 의원은 각각 3명과 1명에 불과하다.
당의 핵심 고위 당직자는 11일 기자와 만나 “우리가 여당인데 ‘11 대 3 대 1’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 그렇다고 법원에 항의를 할 수도 없고 정말 난감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지난해 12월 4개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서 강경 소장파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반대해도 표결 처리하면 된다”며 강력하게 밀어붙이려 했지만, 한나라당의 물리적 저지에 막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결국 야당과 타협해 신문법만 처리했으나, 내용에 대해 소장 강경파 의원들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달 임시국회가 마무리된 뒤 당의 한 중진은 “이제는 젊은 의원들도 국회의 현실을 피부로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에 대한 갈증도 여당으로선 처음 느끼는 문제다. 김대중(金大中) 정권 초기에만 해도 국정원을 통해 대북 관련 정보나 야당 인사들에 대한 비리 첩보를 수시로 입수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옛날 얘기’가 돼버렸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 과정에서 ‘정보력 부재’ 상황을 절감했다. 당시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당연히 합헌 결정이 나올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고, 위헌 결정 하루 전에야 “헌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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