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안정과 친정(親政)체제 강화=박 대표가 3선의 김무성(金武星) 의원을 사무총장에,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낸 유승민(劉承旼) 의원을 당 대표 비서실장에 각각 발탁한 배경엔 ‘당 안정’과 ‘친정 강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보수적 성향에 영남권 출신이어서 당내 다수파인 영남권 출신들을 달랠 수 있는 데다 평소 ‘박 대표 지지’를 분명히 밝혀 왔다.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 총장은 영남권 중진들과의 가교 역을 수행하면서도 당의 안정적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김 총장이 당내 소장파 그룹과 ‘정치적 묵계’를 맺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총장은 또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와 같은 민주계 출신이어서 박 대표와 김 원내대표 간 거중 조정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통인 유 실장은 남다른 정책 조정 능력으로 박 대표의 신임을 얻었다는 후문. 이 전 총재 시절 2년간 정책과 정치 전략을 총괄하는 ‘책사(策士)’역을 맡았던 그가 박 대표와 이 전 총재의 관계 조율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한편 김 총장은 이날 취임 일성으로 중앙당사 이전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차를 타고는 (중앙당사에서 국회까지) 10분밖에 안 걸리지만 심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화두는 정책정당=초선인 박세일(朴世逸) 여의도연구소장의 정책위의장 발탁엔 정책정당을 향한 박 대표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당 선진화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박 의장은 정책정당 추진의 적임자. 박 대표는 이날 “이번 당직 개편은 정책정당으로 가기 위한 체제 정비”라고 단언했다.
당초 박 의장은 정책위의장 제안을 고사했으나 박 대표가 끝까지 밀어붙였다는 후문. 박 의장은 외유 중인 김 원내대표가 16일 귀국한 뒤 인사 문제를 논의하자고 했으나 박 대표는 “이미 김 원내대표의 동의를 구했다”며 쐐기를 박았다는 것.
박 의장 후임으로 여의도연구소장에 임명된 윤건영(尹建永) 의원도 ‘박세일 사단’이란 점에서 당 정책위와 연구소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강경파와 소장파의 반발?=이번 당직 개편에 강경 보수파 의원과 일부 소장파 의원이 함께 날을 세워 앞으로 파장이 주목된다. 강경 보수파인 김용갑(金容甲)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박 대표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식으로 코드가 맞는 몇몇 그룹만을 품에 안는 정치를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 소장파 의원도 “시스템이 아닌 일인지배체제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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