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보도]‘有權無罪’… 비리거물 ‘사정’봐준 司正

  • 입력 2005년 1월 12일 18시 03분


법은 무엇이고 정의는 어디 있는가.

본보 특별취재팀이 4개월에 걸쳐 추적한 지난 12년간의 사정(司正) 결과는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12년간 정치인과 자치단체장, 중견 및 고위 공무원, 공기업 간부 등 이른바 ‘비리거물’ 464명의 사정 내용 분석 결과 직업별로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212명(45.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장급 이상 중견 및 고위 공무원 88명(19.0%), 자치단체장 70명(15.1%), 공기업 간부 35명(7.5%)의 순이었다.

범죄 내용별로는 뇌물 관련죄가 198명(42.7%), 선거법 위반 123명(26.5%), 정치자금법 위반 47명(10.1%), 횡령 배임 등 직무관련 범죄 41명(8.8%), 변호사법 위반 23명(5.0%) 등이었다.

12년 동안 매년 평균 38.7명의 거물급 인사가 사정의 심판대에 오른 셈. 그중에는 전직 대통령도 있고 국회의원은 200명이 넘는다. 하지만 시작에 비해 사정의 결과는 눈에 띄게 빈약하다.

전체 사정 대상자 464명 가운데 확정판결을 받은 337명 중 8.3%에 해당하는 28명만이 실형을 만기복역했거나 복역 중인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취재팀은 법원과 검찰이 공개한 전산자료와 12년간의 신문기사 등을 참조해 사면 여부 등을 추적했다. 사면 등에 대해 가장 정확한 자료는 법무부가 갖고 있지만 이는 비공개이다. 따라서 일부 사정 대상자의 경우 사면 여부를 취재팀이 확인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실제 실형복역자는 취재팀이 파악한 8% 수준보다 더 적을 수도 있다.

또 비리거물들의 집행유예 비율(징역형 선고자 가운데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람의 비율)은 65% 수준. 반면 1993∼2003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체 형사범 169만5551명(1, 2심) 가운데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람은 102만7745명으로 이들의 집행유예 비율은 60% 정도에 불과하다. 태산 같은 울림으로 사정을 시작했지만 그 끝은 쥐꼬리처럼 마무리한 셈.

무죄 비율은 더 크게 차이난다. 1993년부터 2003년까지 사법연감에 수록된 모든 1, 2심 형사판결을 분석한 결과 일반인은 1000명 가운데 7.9명이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비해 비리거물들이 무죄판결을 받은 비율은 그것의 10배 가까이 됐다.

이에 대해서는 반론도 있다. 무엇보다 정치인 등 공직자의 뇌물죄는 물증 없이 관련자의 진술만으로 기소된 경우가 많아 엄격하게 재판하면 무죄율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거물급의 경우 특수부 검사들이 직접 공판에 참여하는 등 일반 형사피고인보다 공소유지를 위한 노력을 한층 더 기울인다. 따라서 반론을 인정하더라도 무죄 비율이 일반 형사범에 비해 10배 가까이 높은 것은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無權有罪)’라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반론은 표적사정 시비다. 수사기관이 정권의 구미에 맞춰 ‘표적사정’을 해서 희생된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해 집행유예나 무죄판결이 많은 것은 오히려 사법정의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과 법원 관계자들은 실제로 공직자가 표적사정으로 정말 억울하게 기소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말한다.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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