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거액 수뢰범이나 상습 강도, 뺑소니 범죄 등 죄질이 극히 나쁜 사람들은 '특별히 무겁게' 처벌하자는 사회적 합의가 담겨 있다.
하지만 지난 12년간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확정 판결을 받은 '대표 부패사범' 112명에 대한 분석 결과는 이런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112명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전체의 26.8%인 30명. 이 가운데 무죄선고(11명)을 받거나 사면, 보석, 형 집행정지 등으로 풀려나지 않고 만기 복역한 경우(현재 복역 중인 사람 포함)는 14명(12.5%)에 불과했다. 결국 10명 가운데 1명 정도만 제대로 '죗값'을 치른 셈.
특가법 뇌물수수죄는 수뢰액이 1000만~5000만 원 미만인 경우 5년 이상, 5000만 원 이상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는 중한 범죄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고 사면이나 보석 등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들의 집행유예율은 69.07%(67명)에 이른다. 지난 11년(1993~2003년)간 전체 형사범의 집행유예율(60.61%)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심지어 수뢰액이 5000만 원 이상으로 법정형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인 판결확정자 35명 중에도 절반이 넘는 18명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실형이 확정된 17명 가운데도 7명은 사면 등으로 풀려나 만기 복역자는 10명이다.
복역기간도 형량에 비해 턱없이 적다. 수뢰액 5000만원 이상 판결 확정자 35명의 선고형량 대비 복역률은 17.7%(평균 구속기간 8.3개월/평균 형기 46.8개월).
결국 가장 무겁게 처벌 받아야 마땅한 중대 범죄자 대부분이 상응한 형을 선고받지 않았거나, 형을 제대로 받았다고 해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빠져나가 버린 셈이다.
이는 부패 단죄를 목적으로 한 특가법이 비리 거물들 앞에서 '특별히 가볍게 처벌하는 법'이 돼 버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뢰액 1000만 원부터 특가법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과중한 처벌이어서 특가법 적용 대상 수뢰 액수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정상적인 법 개정 절차를 거쳐서 제기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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