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관련죄는 공무원의 질서와 규율을 허물어뜨리는 대표적인 범죄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규제하자는 논의도 활발하다.
그러나 본보의 사정 추적 분석 결과는 ‘사법정의’가 뇌물관련죄에서 유달리 취약함을 보여 준다.
취재팀이 추적한 464명의 ‘비리거물’들을 범죄 혐의별로 분류해 보면 뇌물관련죄가 198명(42.7%)으로 가장 많았다.
뇌물관련죄는 △형법상의 뇌물죄△액수가 많은 뇌물죄를 가중 처벌하는 특가법상 뇌물수수죄 △특가법상 알선수재 및 배임수재 등을 포괄한 것.
뇌물관련죄로 기소돼 확정 판결을 받은 159명 가운데 131명(82.4%)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90명(68.7%)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고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41명(31.3%)에 불과했다.
뇌물관련죄로 기소된 사람들의 집행유예 비율이 다른 범죄의 집행유예 비율보다 높은 것.
나머지 28명 중 7명은 벌금형, 6명은 선고유예, 1명은 자격정지, 14명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159명의 직업을 살펴보면 공무원이 48명으로 가장 많고 자치단체장 (40명), 정치인(37명), 공기업 간부(17명), 청와대 관련 인사(8명) 순이었다.
뇌물 액수가 1000만 원 이상이면 특가법상 뇌물수수죄가 적용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특가법이 적용되는 거액 수뢰자들의 집행유예 비율은 일반 뇌물죄보다 더 높다. 뇌물액수가 클수록 풀려날 가능성이 높았다는 의미.
통상적으로 뇌물 액수가 크다는 것은 수뢰자의 사회적 정치적 지위가 높다는 사실을 의미하므로 이 같은 ‘뒤집힌 상관관계’의 내막이 조금은 이해될 듯하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솔직히 말해 뇌물관련죄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는 부끄러운 점이 없지 않다”며 “공직자 사회에서 부패가 근절되지않고 반복되는 것은 이들에 대한 관대한 처벌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같다”고 말했다.
차병직(車炳直·변호사)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뇌물 관련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경제 현실 등에 비춰 너무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이 뇌물 관련 범죄를 일반 형사범보다 관대하게 처벌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이수형 기자(팀장)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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