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사건 자체가 우리나라 국회의원들과 중국 당국간에 벌어진 것이고 중국 측이 분명한 입장을 내지 않은 만큼 아직은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며 "신중하게 대응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밝혔다.
▶ 中, 한나라의원 ‘탈북자 인권 회견’ 저지 파문 (POLL)
그는 "초점은 중국 국내법에 외국인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 사전허가제가 규정돼 있는 지와 사건 당시의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일단 시시비비를 가리고 난 뒤 정부 방침을 정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중국 측은 이번 사건 발생 후 자국 외교부를 통해 이번 사태의 배경을 설명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하면서 기자회견 당시 물리력을 동원해 회견장 내의 기자들을 밖으로 끌어내고 의원들을 강압적으로 퇴장시키려 한 장정들이 호텔 소속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날 오전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에서 "더 진상을 조사해봐야겠지만 국회의원들에 대해 이런 식으로 한 것에 대해선 정말 외교적 결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정부는 강력하게 항의하고 납득할 만한 해명과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간에 기본이 되는 것은 주권을 존중하는 것"이라면서 "어제 베이징에서 일어난 일은 이런 기본을 무시한 것으로, 정말 불미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디지털뉴스팀
▼“외국議員을 강제로…” 외교파문▼
중국 당국에 의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베이징(北京) 내외신 기자회견 저지 사건이 한중 양국의 외교적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다.
이번 사건은 중국 공안당국의 물리력을 동원한 강제 저지에도 문제가 있지만 중국의 탈북자 정책과 현지 법을 감안하지 않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정치적 행동에서 비롯됐다는 양비론적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 당국의 강제 저지 배경=중국 당국이 호텔 직원들과 사복 공안 등을 동원해 김문수(金文洙)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4명의 내외신 기자회견을 저지한 것은 기본적으로 탈북자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 때문이다.
중국은 탈북자들에 대해 ‘경제 문제로 인해 불법 월경한 범법자’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특히 공안당국은 탈북자들이 브로커나 비정부기구(NGO) 관계자에 의해 외교시설이나 외국인 학교 등에 진입할 때마다 “외교공관을 비롯한 외국 시설 보호는 주재국의 의무이며 이들을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탈북자 문제는 중국의 인권 문제와도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고 북한과의 외교 관계도 있어 대단히 예민한 사안이다. 이 기자회견은 중국의 안마당에서 공개적으로 탈북자 문제를 거론하려 한 만큼 중국으로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김 의원 일행은 10일 관광비자로 중국을 방문해 옌지(延吉)를 둘러본 뒤 11일 베이징에 도착했으며 이날 회견 후 칭다오(靑島)로 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중국의 대외적 이미지와 신인도도 크게 상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외신기자들이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 사전 예고도 없이 외국의 국회의원들에 대해 물리력을 동원하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외교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기자회견은 불법”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어떤 후속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절차를 밟았다면 문제가 이처럼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한건주의’=한나라당 의원들은 옌지에서 돌아온 11일 저녁 베이징 주재 한국특파원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내외신 기자회견은 문제가 생길지 모르며 탈북자 정책에도 역효과를 빚을 우려가 있다”는 베이징 특파원단의 충고가 있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정치인이 기자들을 만나는 게 무슨 문제냐. 정정당당하게 나아가야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다”고 호언했다.
김 의원 등은 12일 오전 김하중(金夏中) 주중대사를 만났을 때도 김 대사가 여러 차례 설득했으나 “모든 것은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회견을 시작하기 직전 주중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중국 외교부가 기자회견을 불허했다”며 “중단 요청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국에서 기자들을 만나는 것처럼 지나치게 안이하게 생각했거나 또는 현지에서 자신들의 방중 성과를 부각시키기 위해 한건주의 식 행동을 한 것”이라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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