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보도]司正담당자들 고민과 해명

  • 입력 2005년 1월 13일 18시 09분


지난 12년간 사정의 주체였던 검찰과 법원 관계자들은 본보의 사정 추적 및 분석 보도를 보고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이들은 대부분 “할 말이 없다”고 결과에 수긍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해명하기도 했다.

대법원의 한 중견 판사는 13일 “이른바 비리 거물들에 대해 엄격하게 재판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예전부터 계속된 관대한 판결이 암묵적인 선례가 돼버려 현직 법관들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는 “이런 분위기에서 혼자만 엄한 판결을 내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선거법을 위반한 국회의원들에 대해 법원에 당선무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차라리 주지 않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속내까지 드러냈다.

서울고법의 한 중견 판사는 “거물급 인사일수록 쟁쟁한 변호인단을 꾸려 갖은 방법을 동원하는 현실은 법관들에게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한 번의 판결로 과거의 선배나 동료였던 거물 변호사들과 등을 져야 하느냐를 고심한다는 것.

그는 특히 선거사범의 경우 중견 법관들로 전담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이 ‘외풍(外風)’을 막을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검찰의 한 특별수사통 중견 검사는 이번 분석을 본 뒤 “밤새워 가며 수사한 결과가 이렇다니 허탈하다”며 분통을 터뜨리면서도 “수사가 철저하지 못해 무죄나 집행유예 선고가 나올 수 있는 빌미를 줬다는 점에서 검찰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분석 결과로 ‘사정 작업 무용론’이 제기되고 냉소적인 사회 분위기로 이어지면서 법조계 전체의 신뢰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전했다.

지금까지의 검찰이 정권에 따라 편향된 법의 잣대를 적용했던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인 만큼 사건 당사자들이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한 수사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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