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디자인 발전과 남북 디자인 교류 활성화를 위한 재단이 국내 처음으로 창립된다. 이달 26일 정식 출범하는 ‘남북디자인교류진흥원’이 그것이다. 초대 원장은 재단 설립을 주도한 디자인회사 누브티스 이경순(李瓊順·48) 사장이 맡는다.
이 사장은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넥타이’를 만들어 히트시켰던 인물. 팔괘와 태극문양, 신라금관 등 한국의 전통적인 소재를 이용하는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북한 디자인은 남한의 1970년대를 연상시킬 만큼 수준이 떨어져요. 들쭉술 같은 상품은 라벨 디자인만 바꿔도 러시아나 중국으로 판매되는 양이 확 늘어날 수 있을 텐데…. 산업디자인의 경제적 가치가 아직 인정받지 못하는 게 안타깝죠.”
남북디자인교류진흥원은 앞으로 북한의 담배와 술 등 상품과 포장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붉은별’과 ‘모란봉’ 담배 등은 이미 시안(試案)이 나왔다. ‘Be The One’이라는 통일브랜드도 조만간 선보인다.
이 사장은 “개성공단에 남북디자인 교류센터를 짓고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교수와 학생들에게 디자인을 가르쳐주는 학술 교류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과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 등 20여 명이 운영위원이나 고문으로 진흥원 설립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누브티스의 ‘행복한 CEO 프로젝트’ 서비스를 받는 최고경영자(CEO)들을 중심으로 진흥원 후원자를 늘려갈 계획이다.
‘행복한 CEO 프로젝트’는 CEO들에게 개별 콘셉트에 맞춰 제작한 넥타이와 각종 기념일에 따라 소품 등을 제공하는 사업. 황영기(黃永基) 우리금융지주 회장, 윤종용(尹鍾龍) 삼성전자 부회장, 김재철(金在哲) 동원그룹 회장, 박용성(朴容晟)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등 다수의 오피니언 리더가 ‘고객’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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