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들은 ‘졸속 구걸외교’라고 비난하거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옹호하는 쪽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기에 ‘박정희 재평가’ 등 최근 일고 있는 과거사 논란까지 겹쳐져 파장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 한일협정 문서 공개…‘구걸외교’ 논란 (POLL)
▽“배고프다고 백성 파나”▽
아이디가 ‘파랑새’인 누리꾼은 “무려 400만명의 조선인들이 일본인들에 의해 학살, 고문, 납치, 강간을 당했다”며 “정권 유지할 명분으로 민족을 팔아 말도 안되는 적은 액수의 돈을 받아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tkfa0405’는 “나의 할아버지는 강제징용 때 맞았던 아편주사의 후유증을 못이기고 돌아가셨다”며 “그나마 세상에 저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모르고 가셔서 다행”이라면서 분노했다.
‘lim9457’는 “지구 역사상 가장 불쌍한 전쟁피해자들의 보상금을 가로채는 지도자가 박 전 대통령 말고 또 누가 있겠냐”고 비난했고, ‘경이’는 “이런 사실이 지금껏 비공개된 것이 과연 누구 책임인지, 이래서 친일 청산이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굶어 죽는 판국에…”▽
그러나 지금의 잣대로 그 시대를 재단해선 안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국민들이 굶어죽는 마당에 그런 돈이라도 받아올 수 밖에 없었던 당시 정부의 고뇌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
‘mkurojlk’는 “박 대통령은 협정 당시 ‘미국에게 밀가루나 얻어먹고 사는 게 자존심을 지키는 것인가, 굴욕적이라도 일본에게 돈 받아 경제를 일으키는 게 내 신념’이라고 박태준씨에게 말했다”면서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고 했다.
‘khj480104’는 “40여년전의 우리나라 실상이 어떤 줄 알고 지금 와서 구걸외교라고 매도 하는가”라며 “그 돈을 종자돈 삼아 잘 먹고 잘 살게 되니까, 이제와서 굴욕외교라고 비난한다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뱉기”라고 주장했다.
‘뺑이’는 “만불시대의 잣대로 80불시대의 과거 상황을 재단할 수 없다”며 “늦은 감이 절실하지만 지금이라도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정희 재평가’ 논란 가열▽
그동안 박 대통령의 경제발전 치적이 부풀려졌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박정희 재평가’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To마로’는 “박 대통령이 아닌 누가 나와도 사회진화론적으로 우리 경제는 성장할 수 밖에 없었다”며 “우리의 경제적 체제나 국가 정책은 박 통 이전에 분명히 완성돼 있었고, 진행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파검’은 “박 대통령이 고속도로 만들 때, 안된다고 시위하고 건설현장 땅바닥에 드러누웠던 전직 대통령이 둘이나 있었다”며 “과연 박 통이 아니었어도 발전이 가능했겠냐”고 반문했다.
그런가 하면 현 정부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노리고 정치적인 의도로 문서를 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됐다.
'jky1974'는 “피해자들이 분노하고 있는 이때에도 누군가는 웃고 있을 것”이라며 "이 얘기가 지금 왜 나왔나 생각해보라"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한편 강제징용 유가족들은 지난해 2월 개인청구권과 관련 문서공개를 법원에 요청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번에 문서공개 판결을 내렸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