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국정 3년차 정책기조 변화 조짐=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새 원내대표의 성향이 경제를 중시하는 ‘정책통’이라는 점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참여정부의 정책기조가 변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당 입장에선 청와대가 실용노선으로 기조 변화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집권 3년차를 맞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민생경제를 우선하는 실용주의로 돌아섬에 따라 여당으로선 이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지난해 말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국회를 주도하면서 당 지지도와 노 대통령의 인기가 곤두박질친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원 정책위의장은 2월 임시국회에서의 쟁점 법안 처리문제와 관련해 “국가보안법은 무리해서 강제로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 386 초선 의원도 “사생결단식으로 매달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 간사를 맡았던 안영근(安泳根) 의원은 “일방적인 개혁보다는 상임위와 정책조정위원회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눈으로 보여주는’ 개혁에 포커스가 맞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정 원내대표와 원 정책위의장이 대표적인 대기업 규제정책인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공표한 것이라든가, 이해찬(李海瓚) 총리가 당정회의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증권집단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보선 겨냥인가, 근본적인 변화인가=여권의 이 같은 정책기조 변화는 4월 재·보선 일정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개혁’에만 전념할 경우 결국 여당으로서의 책임을 고스란히 질 수밖에 없다는 것.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최재천(崔載千) 의원은 “현재도 여당은 대단히 흔들리는 다수 의석”이라며 “참여정부의 정책기조가 바뀌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욱이 청와대로선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제대로 추진할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고민마저 안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당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며 “취임 3년차를 맞는 2월 25일 이전에 털 것은 털고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