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통일외교안보 부처 일각에서는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이렇게 부른다. 내각에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유일한 조각(組閣) 멤버인 것처럼 청와대의 차관급 이상 인사 중 정부 출범 때의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는 인물은 이 사무차장뿐이기 때문.
특히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과 외교보좌관 국방보좌관, 통일부 외교통상부 국방부 장관이 모두 1회 이상 교체된 만큼 이 사무차장은 외교안보라인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5일 “최근 청와대 인사를 보면 ‘청와대 내 이 사무차장 견제 세력조차 사라진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 사무차장의 독주 논란을 청와대 회의석상에서 정식 거론했던 박정규(朴正圭)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경질되고,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해 NSC와 다른 시각의 보고서를 내던 박남춘(朴南春) 전 국정상황실장이 인사제도비서관으로 옮긴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사무차장의 장수 비결로 ‘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꼽는 데 주저하는 정부 관계자들은 거의 없다. 노 대통령은 사석에서 “이 사무차장이 올리는 보고서가 최고”라는 극찬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진 장관의 처지와는 다른 ‘구조적 요인’도 그의 롱런을 돕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통일외교안보 현안과 정책을 조정하고 조율하는 NSC 사무차장이란 자리는 ‘2년 됐다’고 바꾸거나 밖에서 욕한다고 경질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야당과 비판 언론이 그의 독주를 비판할수록 그의 생명이 연장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의 경질이나 교체가 외교안보정책의 근본적 변화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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