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임대주택 기피=민간이 공급한 임대아파트는 1999년 7만8777가구에서 2004년 1만1496가구로 5년 새 85% 줄었다.
업체들은 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것을 피하는 데다 임대아파트를 지으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까닭이다.
또 기업 회계에서 임대기간 동안에는 임대보증금이 부채로 잡혀 재무구조가 나빠진다. 월 임대료를 받으며 장기 임대하면 입주자와의 마찰도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2004년 경기 남양주시 진접지구 등에서 중형 임대아파트 건설 용지가 잇따라 공급됐으나 신청한 업체가 없어 일반 분양 용지로 전환됐다.
그나마 용인시 죽전지구와 동백지구, 화성시 동탄지구 등 인기 지역으로 꼽히는 곳에서는 임대용지에 지은 아파트가 편법으로 사실상 분양되고 있다.
동탄지구에서 2월 말 민간 임대(공공임대) 아파트를 공급할 업체는 M건설 등 4개 업체.
본보가 확인한 결과 4개 업체 모두 입주 때까지 임대보증금 명목으로 사실상 분양가를 받을 예정이다.
공공기관인 주택공사는 임대아파트를 지어 몇 천만 원의 보증금을 받고 매달 몇 십만 원씩을 임대료로 받는다. 그러나 민간이 짓는 임대기간 5년짜리 공공임대 아파트는 월세를 임대보증금으로 대체할 수 있으며, 입주 2년 6개월 후에는 임대를 분양으로 전환할 수 있다.
업체와 수요자들은 이러한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분양 전환 때 받을 분양가를 임대보증금 형식으로 미리 받아 편법 분양을 하는 것이다.
한국토지공사 등은 임대주택 용지를 택지 조성 원가의 60∼85%에 공급한다. 공익 목적으로 싼 값에 공급된 임대 용지에서 편법 분양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이 같은 임대아파트는 공급가격이 일반 분양아파트에 비해 최대 10% 낮아 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의 기회로 보고 있다.
정부는 현재 5년인 공공임대 아파트의 임대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할 계획이다.
백성준(白城浚)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업체들이 2년 6개월의 임대 기간도 기피하는 상황에서 임대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면 민간의 임대주택 참여는 되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4년 5월 현재 임대아파트를 지은 건설업체가 부도나 원리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는 국민주택기금(임대주택 건설 때 지원되는 정부 자금)은 2조1292억 원에 이른다.
▽임대료도 만만찮아=2003년 주공이 경기 용인시 신갈지구 24평형을 공급했을 때 임대가격은 보증금 3756만 원에 월세 29만8000원. 이를 32평형(전용 25.7평)으로 환산하면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남짓이다. 이는 주변 전세 시세와 비교할 때 결코 낮지 않은 가격이다.
보증금의 이자비용과 월세, 관리비(겨울철) 등을 합치면 월 주거 비용이 95만 원에 육박한다. 월급이 300만 원인 봉급생활자가 이런 임대아파트에 살면 ‘수입 대비 주거비 비율’(RIR·rent to income ratio)은 32%. 이는 선진국 평균 RIR인 16%의 두 배이며 한국 평균 21.3%보다 높다. 40평형대 중형 임대라면 월세 부담이 더욱 늘어난다.
한국 현실에서 이런 임대주택에 살 만한 사람은 많지 않으며 그만한 임대료를 감당할 만한 수요자라면 주택을 구입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에 정책의 현실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주거 복지에 초점 맞춰야=전문가들은 “임대주택 확대는 건설경기 부양이 아니라 주거복지 및 집값 안정에 목표를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의욕만 앞서 과도한 건설 목표를 세우면 택지, 기금, 세제 등을 무리하게 지원해야 하는데 이는 형평성에 어긋나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도 역행한다는 설명이다.
장성수(張成洙)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무리한 건설 계획을 세우기보다 시장 수요에 맞춰 점진적으로 임대 주택을 늘려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기관과 건설업계에서는 △용적률을 높여 도심 임대주택 건설 지원 △수도권 광역교통망으로 연결되는 곳에 임대 용지 공급 △임대아파트 입주 자격 완화 △공공 자금으로 도심 다가구 다세대 주택의 임대주택화 확대 등을 임대주택 확대 방안으로 꼽았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국민임대 100만가구 건설계획 문제점은▼
민간 건설업체의 손을 빌리지 않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짓는 국민임대주택사업도 ‘산 넘어 산’이다.
정부 계획은 2003∼2012년 10년간 모두 100만 가구의 국민임대주택을 짓는 것.
이 사업은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은 물론 전반적인 집값 안정과 국민들의 주택 보유에 대한 인식도 바꿀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현실적으로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택지난, 재정난, 주민 반대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정부가 당장 부닥친 애로는 ‘주민반대’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도와 건설교통부의 갈등. 손학규(孫鶴圭) 경기도지사는 10일 강동석(姜東錫) 건설교통부 장관을 만나 “정부가 지정한 경기도 그린벨트 내 국민임대주택 예정지구 15곳 가운데 안양시 관양지구 등 6곳을 제외해 달라”고 건의했다.
주로 저소득층이 입주하는 임대주택단지가 들어서면 해당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소득세 등 수입원은 거의 없는 반면 복지 등과 관련해 지출해야 할 일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아직 ‘임대주택단지는 불량주거지역’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대도 적지 않다.
택지 확보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100만 가구를 짓기 위해 필요한 택지는 모두 1억∼1억2500만 평.
하지만 국민임대주택 수요가 많지 않은 지방에는 상대적으로 택지 확보가 쉽지만 저소득층이 몰려 있는 서울지역에서는 국민임대주택을 지을 만한 땅이 거의 없는 ‘수급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
국민이 부담해야 할 재정 부담도 만만치 않다. 국민임대주택은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인 만큼 실제 건축비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밖에 없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공기업인 주택공사가 80만 가구를 공급한다면 당초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6조30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임대주택의 종류▼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급되는 임대주택은 크게 분류하면 ‘국민임대주택’과 ‘공공임대주택’으로 나눌 수 있다.
정부의 임대주택 정책도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두 임대주택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공공임대주택은 일정 기간 거주 후에 임대주택을 소유주택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국민임대주택은 전환이 안 된다는 점이다.
국민임대주택은 임대 기간이 30년 이상으로 주택공사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지어서 공급한다. 전용면적 85m²(25.7평) 이하로 소득 수준에 따라 입주할 수 있는 주택 규모가 달라진다. 임대료는 시장에서 형성되어 있는 임대료의 50∼70% 수준에서 책정된다.
공공임대주택은 주택공사, 지자체 또는 민간 건설업체가 정부로부터 자금이나 택지공급 지원을 받아 건설하는 것.
정부는 임대 기간이 10년 이상인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2003∼2012년 10년간 50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과거에는 영구 임대주택이나 50년 임대주택도 있었으나 90년대 중반 이후로는 새로 지어지지 않고 있다.
임대주택의 종류 및 성격 | ||||
구분 | 사업주체 | 임대기간 | 입주대상 | 규모 |
공공건설 | 주택공사, 지자체 | 영구 | ―생활보호대상자 등 영세민 | 전용면적 40m²(12.1평)이하 |
주택공사, 지자체 | 50년 | ―청약저축가입자 ―국가유공자, 철거민, 장애인등 | 60m²(18.1평)이하 | |
주택공사, 지자체(국민임대주택) | 30년 | ―저소득층 무주택자 | 85m²(25.7평)이하 | |
주택공사, 지방공사,민간업체 | 5년, 10년 | ―청약저축 1, 2순위 무주택자 | 85m²이하 | |
주택공사, 지방공사,민간업체, 고용자(사원임대) | 5년 | ―종업원 5인 이상 사업체의 무주택 가구주 직원 | 85m²이하 | |
민간건설 | 민간업체 | 5년 | ―사업자 자율선정 | 제한 없음 |
매입임대 | 개인, 법인 | 3년 | ―사업자 자율선정 | 제한 없음 |
자료:건설교통부 |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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