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先핵폐기”vs 北 “일괄타결”…‘중재국가’ 있어야

  • 입력 2005년 1월 26일 18시 06분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25일(현지 시간)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북한도 리비아의 조치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리비아식 해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집권 2기의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리비아식 해법’을 북핵 문제 해결의 유일한 대안으로 삼고 있다. 북한이 먼저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북한은 핵 문제를 관련 당사자가 한꺼번에 풀자는 ‘일괄타결’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리비아식 해법의 유용성=리비아는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추진하다가 서방의 정보 당국에 포착돼 유엔과 서방국가들로부터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았다. 이런 리비아가 핵 개발을 포기한 데는 영국의 적극적인 중재가 있었다. 미국을 대신한 영국 정보기관이 리비아와 9개월에 걸친 비밀협상을 벌였다.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려면 중재자 역할을 할 나라가 있어야 하고, 미국이 북한과 비밀협상을 벌일 용의가 있어야 한다.

임동원(林東源) 세종재단 이사장은 최근 학술세미나에서 “리비아 모델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 두 나라 간에 최소한의 신뢰가 조성되어야 하지만 양자가 서로를 불신한다”고 말했다.

▽카다피 면담 전후=1980년 수교 이후 한국 외교부 장관으로서는 처음 리비아를 공식방문한 반 장관과 카다피 국가원수와의 면담은 극도의 보안 속에 이뤄졌다.

25일 오후 3시경 리비아에 도착할 때까지도 카다피 원수와의 면담은 불확실했다. ‘면담가능성이 있다’고 통보된 것은 오후 6시경. 오후 7시 반경 숙소를 출발하라고 했지만 면담시간과 장소도 알려주지 않았다.

리비아 측은 위성추적을 우려한 탓에 반 장관 일행에게 휴대전화를 호텔에 맡기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반 장관 일행의 차량은 17분가량을 달려 시내 국가원수 관저인 바브아지지아에 도착했다. 관저의 대형 연회장에서 연회가 한창 진행되던 중인 오후 8시 45분경 카다피 원수 측은 반 장관 측에 “잠깐 대기하라”고 했고, 반 장관은 연회장 부근의 지도자 집무실 내 접견실로 안내됐다.

핵문제 해결모델
모델해결방법
남아공 모델(안보위협 제거로 자진폐기)남아프리카공화국(93.3), 고농축우라늄으로 만든6개의 핵폭발장치 자진폐기(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되어야 적용 가능)
리비아 모델(호혜적 일방조치)리비아(2003.12), 핵개발 계획을 먼저 포기하고 사찰에 응함.미국 등 서방진영은 반대급부로 체제보장 및 경제원조 제공
주고받기식 모델(상호주의적조치로 신뢰 조성하면서 단계적으로 해결)△우크라이나 합의(1994.12)=미국에서 7억 달러를 받으면서2000여 개의 핵탄두 폐기하거나 러시아에 반납△북-미제네바합의(1994.10)=핵 프로그램 동결의 대가로 경유 지원 및 경수로 건설 제공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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