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노인이 맨 바닥에 엎드려 육순 대통령에게 큰절을 올린 것을 두고 인터넷이 시끄럽다.
대한노인회(회장 안필준) 간부 김모 할아버지(80)는 지난 26일 노인 대표 180여명이 참석한 청와대 신년인사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내외를 만나자 행사장 바닥에 엎드려 큰 절을 했다. 당황한 노 대통령은 깊숙이 머리를 숙여 답한 뒤 황급히 노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이 장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김 할아버지의 행동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며 갖가지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루 1~3건의 글이 올라오던 노인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수백건의 글이 올라왔고 각 포털사이트에도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노인회 사무실은 27~28일 전화가 불통될 정도로 많은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ID가 ‘노인공경’인 누리꾼은 “아무리 대통령 앞이라도 그렇지, 어떻게 80세 노인이 막내아들 벌에게 절을…? 진짜 창피한 일입니다.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앞으로는 그러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나도 노인’은 “나도 노인 축에 끼지만 진짜 보기 민망한 모습이었다”면서 “도대체 뭘 바라고 자식 같은 사람에게 볼썽사납게 넙죽 절을 해서 노인들을 서글프게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김전배’도 “촌수가 높거나 군신의 관계라면 마땅히 절을 해야 하지만 지금은 민주국가시대 ”라며 “국가 원수를 존경하는 것은 탓하지 않겠지만 방법이 틀렸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노인의 행동을 두둔하는 글도 많았다.
‘밝은세상’은 “대통령께 나라를 위해 힘써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노인 나름의 최선의 표현으로 봐야한다”며 “대통령도 가슴 한 구석에서 무언가를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참’은 “나이 드신 분이 대통령을 만나 감격에 겨워 큰 절을 할 수도 있고, 대통령도 그냥 서서 절 받은 게 아니라 일으켜 세웠다는데…, 큰 절이 다소 지나치더라도 홈페이지에 와서 노인들에게 뭐라고 하는 것은 예의 없는 짓”이라고 꼬집었다.
‘정재호’는 “강요해서 절을 한 것도 아니고 순수한 마음에서 한 것인데 왜 난리냐”면서 “오히려 나라의 가장 큰 어르신을 나이와 상관없이 존중해주신 노인의 용기가 훌륭하다”고 두둔했다.
큰 절을 서서 받은 노 대통령의 행동을 꼬집는 글도 올라왔다.
‘나무현’은 “머리 허연 노인이 엎드려 절하는 모습을 보기가 안쓰러웠다”면서 “노 대통령이 진심으로 노인에게 공경스런 맘이 있었다면 황급히 맞절을 올리고 노인을 일으켰다면 어땠을까”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염하는’도 “계획에 없는 노인의 큰 절이라면 왜 대통령은 맞절을 못했는가, 나이 어린 재수 씨의 절도 맞절로 받는 것이 우리나라의 예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노인회 관계자는 “노인이 되면 감정 제어를 잘 못하고 기복도 심하다”면서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을 만난 감격을 참지 못하고 절을 한 것인데 그냥 해프닝으로 보지 않고 의미를 붙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 70세를 넘기면 한쪽 발을 무덤에 넣고 산다고 봐야한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그 분이(김모씨) 상처를 받고 아프지나 않았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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