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街 막전막후]숨죽인 與강경파 “盧心 변했나” 노심초사

  • 입력 2005년 2월 1일 17시 59분


“대통령이 변했다.”

386세대 운동권 출신이 많이 포진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 사이에서 최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푸념이 새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에서 ‘실용주의’와 ‘민생경제’가 정책 기조로 자리 잡으면서 ‘당내 강경파’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기 때문. 실제 지난해 12월 정기국회 마지막 날까지 국가보안법 폐지 관철을 위해 지도부를 압박했던 의원들 목소리는 최근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은 사석에서만 홍석현(洪錫炫) 주미대사와 김진표(金振杓) 교육부총리 발탁 등 정부 인사에서 노 대통령의 개혁 색채가 퇴색하고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개혁파’ 의원들, ‘대통령 의중은?’=한 386 의원은 “김진표 교육부총리 카드는 노 대통령의 실용노선으로의 정책 선회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중앙일보 회장 출신의 홍 주미대사를 발탁할 때만 해도 “일과성에 그치겠지…”라고 판단한 강경파 의원들은 김효석(金孝錫) 민주당 의원에 대한 교육부총리 ‘러브 콜’에 이어 경제부총리 출신의 김 부총리까지 데려가자 “너무한 것 아니냐”면서 허탈해하는 모습.

이 때문에 당내에선 요즘 “도대체 대통령의 진심이 뭐야?”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의 실용노선이 일시적인 전술적 변화인지, 대통령의 ‘색깔’ 자체가 바뀐 것인지 도무지 종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야 운동권 출신의 한 의원은 “대통령이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 같다. 주변 참모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잔잔한 바람에 너무 쉽게 흔들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집권 3년차를 맞아 개혁 드라이브를 더욱 강하게 걸어도 시원찮은 마당에 실용주의를 앞세우다 보니 개혁정책은 뒷전으로 계속 밀리고 있다는 것. 이 의원은 “정통 운동권 출신이었다면 노선을 이렇게 쉽게 바꾸겠느냐”고도 했다.

▽2월 임시국회가 분수령?=개혁당 출신의 김원웅(金元雄) 의원은 “2월 임시국회에서 국보법을 폐지하지 못하면 올 정기국회, 나아가 노 대통령 임기 중에는 국회통과가 어려울지 모른다”고 말했다. 국보법 폐지 등 3개 쟁점 법안과 민생경제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데도 경제 우선 원칙 때문에 밀리고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다.

당내 개혁과 실용의 충돌 현상은 지지층 결집에도 ‘마이너스’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 386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이념 축이 아무리 오른쪽으로 가도 보수성향의 새 지지층을 끌어 모으기는 어렵다”면서 지지기반 약화를 우려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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