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법조계와 정부의 관계에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 2년간의 우호관계에서 긴장관계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31일 서울변호사회의 대한변호사협회 차기 회장 후보로 선출된 천기흥(千璣興·63·사시8회) 변호사는 정견발표에서 “변협을 근본적으로 개혁해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권력이 변협의 눈치를 보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천 후보는 이날 오전 이 같은 정견 발표를 한 뒤 치러진 참석 변호사들의 직접 선거에서 과반수를 득표해 당선됐다. 서울변호사회 회원은 변협 전체 변호사의 65%를 차지해 서울변호사회 추천 후보가 줄곧 변협 회장으로 당선돼 왔다.
이에 따라 천 후보는 2월 말 변협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간접 선거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변협회장으로 정식 선출될 것이 확실시 된다.
천 변호사는 현 변협 집행부에 대해 “권력을 비호하는 데 앞장섰고 비판기능을 상실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와 같은 변화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됐다는 의견이 많다.
현 집행부가 보여준 지난 2년간에 걸친 정권에 대한 태도에 대해 변호사들의 반발이 많았다는 것.
지난해 3월 변협이 대통령 탄핵 반대 성명을 발표하자 대구변호사회는 즉각 ‘변협 회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된다’는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 창원, 부산 변호사회도 “회원 변호사들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변협 자체 의견을 전체 변호사들의 의견으로 발표했다”며 반발했다.
역대 변협은 정부 또는 권력과 긴장관계에 있었으나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난 2년간 변협은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적이 드물었다.
31일의 선거에 참여했던 30대 여성 변호사는 “이번 선거는 현 집행부의 정치적 태도에 대한 반발이 가장 큰 이슈였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이날 정기총회에 참석한 변호사 수나 참석 연령층에서도 과거와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이날 선거를 위한 정기총회 자리에는 서울변호사회 전체 회원 변호사 4141명 가운데 역대 최다인 1926명이 참석했고 젊은 변호사들보다는 50, 60대 변호사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40대 남자 변호사는 “평소 소극적이던 노년층 변호사들이 이번에는 변협의 정치적 편향 때문에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집권세력에 대한 변협 현 집행부의 지난 2년간 성명서 | |||
| 관련 사건 | 발표일 | 주요 내용 |
지지 |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논란에 대해 | 2004. 3. 9. | 법률상 탄핵사유 아니다. |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해 | 2004. 3. 12. | 입법부가 탄핵사유 없는 탄핵소추를 가결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을 유린한 것이야말로 법치주의의 종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
비판 | 정부의 이라크 파병결정에 대해 | 2003. 3. 24. | 정부는 이라크에 대한 무력공격을 지원하기 위하여 파병하는 것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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