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선원들 30여년만에 사진으로 돌아오다

  • 입력 2005년 2월 2일 18시 03분


1974년 묘향산에서납북자가족모임(회장 최성용)이 최근 입수해 공개한 납북어부 단체사진. ‘묘향산 휴양기념 1974’(오른쪽 위)라는 직인이 찍혀 있는 이 사진에는 1971년 서해상에서 납북된 휘영37호 선원 12명과 72년 납북된 오대양 61, 62호 선원 24명 등 납북어부 37명의 모습이 담겨있다. 사진 제공 납북자가족모임
1974년 묘향산에서
납북자가족모임(회장 최성용)이 최근 입수해 공개한 납북어부 단체사진. ‘묘향산 휴양기념 1974’(오른쪽 위)라는 직인이 찍혀 있는 이 사진에는 1971년 서해상에서 납북된 휘영37호 선원 12명과 72년 납북된 오대양 61, 62호 선원 24명 등 납북어부 37명의 모습이 담겨있다. 사진 제공 납북자가족모임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보고 싶은 마음이야 여전하지.”

납북자가족모임 최성룡 대표(53)가 최근 입수해 공개한 납북 어민들의 사진을 본 경남 거제시 장목면 농소마을의 가족들은 “정부가 납북 어부의 생사도 확인해 주고, 가족 품에 돌아올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 대표가 중국에서 활동 중인 탈북자 지원단체에서 입수한 이 사진에는 1970년대 초 납치된 오대양 61, 62호와 휘영 37호 선원 37명이 사찰로 보이는 건물 앞에서 별다른 표정 없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위에 ‘1974년 묘향산 휴양기념’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는 점으로 미뤄 피랍 2, 3년 뒤에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유모 씨(69·여)는 “36세 때 납북된 남편의 사진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며 “4년 전부터는 남편이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오랫동안 지내던 제사를 없앴다”고 말했다. 당시 휘영 37호 선원으로 19세였던 아들과 생이별한 이모 씨(70·여)는 “중학교를 중퇴하고도 아무 불평 없이 배를 타던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납북 선원의 가족(54)은 “과거 연좌제 등으로 인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언론이 납북자 문제를 흥미 위주로 접근하지 말고 정부에 근본적인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등 본질을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농소마을은 80여 가구 200명의 주민이 사는 어촌이다.

한편 최 대표는 2일 “납북자 가족들이 이번 설날 사진을 돌려보며 이야기꽃이나마 피울 수 있도록 사진을 여러 장 복사해 곧 우송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제=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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