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소장파 “혁신없인 黨名개정 무의미”

  • 입력 2005년 2월 3일 18시 15분


3일 충북 제천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앞줄 오른쪽부터)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 박희태 국회부의장 등 의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제천=연합
3일 충북 제천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앞줄 오른쪽부터)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 박희태 국회부의장 등 의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제천=연합
“한나라당은 더 변해야 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3일 충북 제천시의 청풍리조트에서 밤늦게까지 연찬회를 열어 이 같은 대전제에 공감했다.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의 변신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당 쇄신 전략에 대해서는 의원마다 상당한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특히 박근혜(朴槿惠) 대표 등 지도부가 의욕을 보이는 당명 개정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향후 당내 노선 갈등이 심상치 않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박정희(朴正熙) 정권 과거사 논란=박 대표의 ‘홀로서기’를 주문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거셌다. 박정희 정권 과거사 문제에 박 대표가 자유롭지 못하면 한나라당도 그 울타리에 갇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철현(權哲賢) 권오을(權五乙) 의원은 “국민은 과거사 규명에 대한 한나라당의 거부감이 박 전 대통령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며 “박 대표는 부친의 그림자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과거사 문제를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태희(任太熙) 의원도 “박 대표는 아버지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을 인정하면서 역사적으로 아버지가 진 빚도 몸소 갚겠다고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안택수(安澤秀)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78%나 되는 만큼 박 대표는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과거사 문제를 대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당명 개정 공방=박 대표는 토론회 초반 인사말에서 “당명 개정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라면서도 “새로운 좋은 분들을 영입하려고 해도 당을 먼저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당명 개정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안상수(安商守) 의원 등 일부 중도파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원들은 당명 개정에 반대했다. 새정치수요모임 소속 남경필(南景弼) 이성권(李成權) 의원은 “당 혁신이 따르지 않는 당명 개정은 무의미하다”,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인 ‘자유포럼’의 이방호(李方鎬) 의원은 “선진화 프로그램 몇 가지로 당명 개정의 당위성을 확보할 수는 없으며 새 세력을 영입해 외연을 확대시킨 뒤 당명을 개정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격렬한 노선 논쟁=이념 논쟁은 뜨거웠다. 박진(朴振) 의원은 “중도 성향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당이 변모해야 한다”며 진보적 어젠다도 과감히 내세울 것을 주장했다.

김명주(金命柱) 의원은 “진보의 가치를 과감히 가져와서 보수-진보의 틀을 깨자”고 제안했다. 정병국(鄭柄國) 의원은 “지금 당은 냉전 보수, 강경 보수라는 5, 6공 정당 이미지로부터 단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진화(高鎭和) 의원은 “당이 그동안 ‘집토끼’만 지키려다 실패했기 때문에 지도부를 교체해야 한다”고 박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론도 거셌다. 김용갑(金容甲) 의원은 “지금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2중대가 아니라 ‘쌍둥이 당’으로 불릴 정도로 왼쪽으로 가 있다”며 “당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지 보수 때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영남 기득권’ 문제도 논란이 됐다.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이 “영남 선배들이 스스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하자 경남 출신인 김기춘(金淇春) 의원은 “영남 의원들이 잘못해서 (대선에서) 패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제천=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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